세상에 마상에 브런치 메인이라니?
퇴근 후, 자연스럽게 브런치 앱을 켠다.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새로 생긴 습관이다. 요 며칠 아주 틈만 나면 브런치를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 핸드폰만 켰다 하면 자연스럽게 브런치앱을 터치하고야 만다.
주말엔 눈 감아 줄 수 있지만 평일에도 이러면 큰일이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나름 엄격한 룰을 세웠다. 회사에 있을 때만큼은 브런치 금지. 혹여나 알람이 울리면 유혹이 될까 싶어 알람 기능조차 꺼두었다.
그렇게 어제저녁이 다 돼서야 다시 만나게 된 브런치. 마침 기분 좋은 표시가 날 반겨주고 있었다. 종모양 위에 뿅 하고 나타난 민트색 동그라미가 그 주인공으로, 뭔가 새로운 소식이 있다는 알림이었다. 하트일까? 댓글일까? 설렘을 안고 무심코 통계를 클릭한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게 뭐야?...
천(1,000)에 가까운 조회수가 찍혀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브런치 사이트의 시스템 오류를 의심했다. 에러가 났나? 했다가 다른 기능들은 다 제대로 작동하는 걸 보고 이내 다른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내 브런치 계정이 해킹당했나?! 자세히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로그인 정보도 그렇고 분명 내 계정이 맞았다. 그럼 뭐지? 스크롤을 내려보니 그동안 포스팅한 글 중 유독 하나의 글에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떨떨했다. 내 브런치에 왜 이렇게 많은 관심이 쏟아진 걸까.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입장일 뿐.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자면 나의 브런치 스토리는 아직 한참 부족한 수준이었다. 빈약하기 그지없는 포스팅수에 그만큼나 빈약한 스토리. 더구나 세상에 나온 지 7일밖에 되지 않은 그야말로 신생아 계정이 아닌가. 이럴 리가 없는데...
'메인에 떴구나' 나는 얼른 브런치홈에 들어가 메인에 뜬 게시글들을 확인해 보았다.
메인에는 어쩐지 아주 낯익은 소금빵 이미지 하나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얼마 전 올린 포스팅의 썸네일을 그곳에서 보게 될 줄이야.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말이 절로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신기한 마음에 화면을 몇 번이나 새로고침 했는지 모르겠다. 혹여 아예 사라져버릴까 새로고침을 하기 전 화면을 캡처해 놓는 작업 역시 잊지 않았다. 화면이 새로고침 될 때마다 요리조리 이미지의 크기와 위치가 실시간으로 바뀌긴 했지만 여전히 내 글이 보여지고 있었다.
사실 나는 브런치 작가라는 승인을 받고도 한 참 동안이나 글을 쓰지 못했다. 수년간 브런치 애독자였던 터라 그동안 수준 높은 글들에 익숙해져서일까. 메인은 언감생심 글을 외부에 내놓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마음이 컸다.
그래도 일단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브런치. 더 이상 고민만 하지는 말자 싶어 새해 목표로 용기 내어 운영하고 있던 터였다. 눈 딱 감고 발행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영 마음이 놓였던 건 아니다. 뭔가 찜찜한 마음에 계속 들여다보게 되었던 것 같다. 아직 퇴고 기술이 부족해 여러 번 읽어도 뭘 고쳐야 할지 감도 잘 안 오긴 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확신 대신 확고해지는 건 실망스러운 마음이었다. 일기를 쓴 것 같은 투박함에 조금 더 다듬고 올릴걸 하는 후회 역시 밀려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뜻밖의 선물을 받을 줄이야... 브런치가 가져다준 행복한 심쿵 덕분에 많은 위로와 에너지를 받았다. 고마움과 함께 행복함이 차오른다. 역시 글 쓰길 참 잘했다 싶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