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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로망 Oct 29. 2021

[30일 챌린지] 매일 색다르게 책 읽기 (1)

테마에 맞춰 독서한 열흘 간의 기록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30 DAY 챌린지'. 노래 듣기, 책 읽기, 사진 찍기 등 종류가 다양하다. 나는 총 9개의 30 DAY 챌린지를 발견했는데, 이번 달부터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열흘마다 한 묶음으로 기록하는 콘텐츠!


1. 30 DAY 책 읽기 챌린지
 - 10월 20일(수) ~ 10월 29일(금)

2. 30 DAY 최애 사진 챌린지

3. 30 DAY 사진 찍기 챌린지

4. 30 DAY 노래 듣기 챌린지

5. 30 DAY 행복 챌린지

6. 30 DAY 그림 그리기 챌린지

7. 30 DAY 언어 공부 챌린지

8. 30 DAY 정리 챌린지

9. 30 DAY SELF-CARE 챌린지


 항상 어떠한 결심이 서면 '내일부터, 다음 달 1일부터, 내년 1월부터'라는 생각 때문에 시작도 못해본 일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10월 20일이라는 얼렁뚱땅한 날짜임에도 결심이 선 당일이기에 시작하기로 했다. 여러 챌린지 중 내가 항상 푹 빠져있는 취미인 '책 읽기' 챌린지를 선택했다. 회사 출퇴근 시와 점심시간에 늘 책을 읽는 나로서는 가장 접근하기 쉽고 만만해 보였다.



 가볍게 시작하려 했지만, 책을 읽고 감상을 쓰다 보면 또 무거운 글이 될까 봐 걱정이 앞선다. 난 가벼운 글이 좋은데 왜 내 글은 매번 깊은 고찰을 헤매게 되는지... 그래도 일단 시작!




1. 10월 20일(수) : 500페이지 이상의 책
> 두 얼굴의 백신 - 스튜어트 블룸 / 512p (밀리의 서재 기준)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아쉬웠다. '백신에 대한 망설임' 현상 이면의 복잡성을 체계적으로 다룬 것은 좋았으나, 명확한 해결책 없이 고민만 던져주고 간 기분이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이 보편화되기까지의 역사와 각계각층의 노력을 단 500페이지 만에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책이다.

 500페이지라는 쪽수가 언뜻 보면 막막해 보이지만, 전문성이 가미된 책에서는 오히려 적게 느껴진다. 본인이 평소 흥미로워하던 분야를 파헤치는 도서를 선택한다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챌린지다.


2. 10월 21일(목) : 좋아하는 작가 책 중에 안 읽은 책
> 독서의 기쁨 - 김겨울

 "겨울 서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김겨울입니다."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겨울 서점'을 운영하는 김겨울 작가는 내가 몇 년 전부터 좋아하는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다. 그는 책 소개뿐 아니라 강연, 라디오 진행, 작곡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자랑하며,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을 시작으로 도서를 여러 권 집필했다. 겨울 서점 영상 콘텐츠는 즐겨보면서도 막상 김겨울 작가의 글은 읽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챌린지를 기회삼아 그의 '독서의 기쁨'을 읽기로 했다. 일단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완독 후 이 책은 내 인생 책이 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책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에게 러브레터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 '독서의 기쁨'은 내가 독서를 하며 느꼈던 감정을 고스란히 표현하며 가려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서두에서 작가가 말한 대로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풀어낸 문체도 마음에 들었다. 마치 같은 아이돌 그룹을 덕질하는 열성팬을 만난 기분이었다. 이렇게 또 다른 기쁨을 얻었다.


3. 10월 22일(금) : 작년 베스트셀러
> 돈의 속성 - 김승호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는 것의 의미는 출판업계와 대형서점, 수많은 독자들의 인정을 한 몸에 받았다는 뜻이다. 사실 나는 사람들이 '베스트셀러'라는 명패만 보고 대규모 시장의 입맛대로 고른 책을 무작정 읽는 행태를 좋아하지 않기에 베스트셀러를 확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2020년 베스트셀러를 찾아보는 작업은 내게 특별한 일이었는데, 그중 가장 내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긴 '돈의 속성'을 읽고 나자 '역시 유명한 건 다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돈의 속성'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를 연상시켰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 이제 나는 베스트셀러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4. 10월 23일(토) : 하루 종일 책 읽기
> 의사의 속마음 - 나카야마 유지로
>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예

 하루 종일 책만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의 대부분을 독서에만 몰두했던 행복한 날이었다.

 '의사의 속마음'은 환자가 차갑다고 느끼는 의사의 말에 대해 의사가 설명한 책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중립을 잘 지켜 설명하면서도 핵심은 잃지 않으려 노력한 모습이 엿보였다.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꿈을 판다는 발상은 특이했지만, 뚜렷한 갈등이나 사건 없이 단지 꿈 백화점이라는 세계관을 설명하다가 끝나버렸다. 이 작가가 구축한 세계관이 넓은지 2편도 나왔던데, 기승전결 없는 나열식 전개에 살짝 지루함을 느낀 터라 읽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꿈 백화점이라는 소재로 무한한 상상이 가능하고, 내게 불쾌감을 줬던 꿈을 다른 시선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5. 10월 24일(일) : 심오한 주제의 책
> 디지털 유인원 - 나이절 새드볼트, 로저 햄프슨

 '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정말 심오했다. 읽다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심오할 줄은 몰랐지만,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아주 다양한 맥락으로 분석한다. 기승전결이 잘 짜인 터라 조금만 집중해서 읽으면 금세 핵심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침 휴일에 이 챌린지가 걸려 다행이었다.


6. 10월 25일(월) : 친구에게 추천받은 책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무라카미 하루키

 평소 책을 자주 읽는 친구에게 부탁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추천받았다. 친구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좋아한다며 그의 문장이 어딘가 신선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친구의 말대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가볍게 읽기 좋았다. 집중하지 않고도 눈에 쏙쏙 들어오는 문장이 많았다.

7. 10월 26일(화) : 감동적인 책
> 감동을 열어주는 이야기 100선 - 이정우

 이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감동받을 것을 확신한 뒤 책을 읽는 독자는 흔치 않다. 손에 잡힌 책을 펼치는 것이 먼저고, 감동적인지의 여부는 그다음 문제다. 저자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사람마다 감동을 느끼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일단 각자 활자를 훑어봐야 한다. 따라서 누구에게나 감동이 보장된 책이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나는 감동을 느끼는 포인트가 정해져 있지 않다. 기승전결이 완벽한데 그 안에 뜻이 있는 문장, 나의 마음을 정확히 표현한 구절, 생각지도 못한 발상 등 중구난방이다.

 그래서 그냥 대놓고 "널 감동시켜줄게!"라고 말하는 제목을 찾았다. '감동을 열어주는 이야기 100선'. 저자가 독자를 감동시키겠다고 자신 있게 도전장을 내미는 제목이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막상 펼쳐보니 그다지 감동적이진 않았다. 옛날이야기가 모여만 있고 작가의 해석은 곁들이지 않아서일까?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은 없었다.

8. 10월 27일(수) : 10년 전에 발간된 책
> 표백 - 장강명

 여기저기 검색해서 정확히 10년 전에 발간된 책을 찾아냈다. 하지만 읽다 말았다. 전부터 느꼈지만 어두운 문체의 한국소설은 중간에 덮는 일이 잦다. 주인공이 대학생들의 애환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까지는 참을 만했으나, 어김없이 등장하는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묘사와 사실은 아무것도 할 줄 모르면서 깨어있는 척하는 주인공의 꼬인 심리 묘사가 계속되어 읽기를 그만두었다.

9. 10월 28일(목) : 작년에 영화화된 책
> 작은 아씨들 - 루이자 메이 올콧

 2020년 영화화된 '작은 아씨들'.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었지만 책은 몇 번 읽었다. 좀 더 깊은 콘텐츠를 위해 시간이 날 때 영화를 봐 두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고전 명작 '작은 아씨들'은 역시 다시 봐도 재미있었다. 화목한 가정과 그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캐릭터들, 친절한 이웃들과의 케미를 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10. 10월 29일(금) : 평소에 읽지 않는 장르의 책
>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 - 손미나

 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이다. 오히려 한 분야를 진득하게 파고드는 일이 없어 고민일 정도다. 그래서 '읽지 않는' 장르를 고르는 일이 상당히 어려웠지만, 그나마 여행 관련 도서는 본 적이 드문 것 같아 위 도서를 선택했다.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은 전 아나운서인 손미나 작가가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형식이다. 여행이 주제이지만 취재원들의 삶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손미나 작가의 인터뷰 실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수 겸 변호사, 개그맨, 로봇공학자, 출판사 편집자 등 다양한 취재원을 직접 섭외하고, 개인 맞춤형 질문을 쏟아내면서도 대화의 호흡이 아주 부드럽다. 덕분에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은 나의 여행관뿐 아니라 삶의 가치관까지 되짚어보고 다시금 열정을 불태우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이번 30일 챌린지는 아주 쉽게 달성! 책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이 챌린지가 여러 가지 주제를 던져주니 더 즐겁게 읽었다. 다만 읽고 싶은 책이 따로 있는데 챌린지용 도서부터 읽어야 한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독서에 몰두했던 것 같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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