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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로망 Oct 28. 2021

[7일 챌린지] 장렬히 실패한 실내 자전거 타기

교훈 : 병원 이벤트가 있는 주에는 운동 챌린지를 하지 말자...

 일주일 챌린지 기록 플랫폼을 브런치로 바꾸기로 했다. 다꾸를 즐길 수 있는 수기 작성도 좋지만, 혼자 쓰다 보니 점점 흥미도 떨어지고 예전보다 실천력도 덜하다. 이왕이면 내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에서 꾸준히 챌린지를 이어나가고 싶다. 그래서 시작한 (브런치) 첫번쩨 일주일 챌린지, '일주일만 실내 자전거 30분 타기'.



 어릴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갈수록 운동에 관심이 시들해지더니 이제는 '큰맘 먹고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여태 해 온 챌린지가 아니었다면 지난 1년간 내 운동량은 0이었을 것이다.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싶고, 너무 긴 시간은 싫고, 집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으로 실내 자전거만 한 게 없다. 퇴근 후 30분만이라도 페달을 밟아보기로 했다.



1일 차 - 10월 21일 목요일

 첫날부터 고비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풍기는 따뜻한 음식 냄새에 부엌으로 가보니 아빠께서 순대국밥을 끓여 두셨다. 그냥 순댓국이나 먹고 샤워한 뒤 드러눕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나는... 멋진 어른이니까. 옷을 갈아입고 실내 자전거에 앉았다.

 몇 년 전 구매한 실내 자전거의 계기판은 망가졌지만, 휴대폰을 거치할 수 있는 형태 덕분에 지루하지 않게 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혹시나 하고 태블릿을 거치해봤는데, 됐다! 페달을 굴리며 전자책을 읽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독서에 빠져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어느새 30분이 지나있었고, 하마터면 1분이나 더 탈 뻔했다. 오랜만의 운동에 줄줄 땀이 흐르는 터라 뿌듯함은 배가 되었다. 서둘러 샤워하고 나오니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역시 운동은 시작이 어렵다.


2일 차 - 10월 22일 금요일

 퇴근하고 아무 생각 없이 실내 자전거에 앉았다. 금요일 저녁에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개인적으로는 영상보다 독서하며 실내 자전거를 타는 것이 시간을 보내는 데에 더 효과적이었다. 영상은 5분마다 화면을 클릭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면서 흐름이 끊기지만, 독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건 그냥 책 읽는 것에 푹 빠진 사람의 특성이니 보편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


3일 차 - 10월 23일 토요일

 이 날은 코로나 2차 백신 접종일이었다. 1차 접종 다음 날 목구멍이 조이는 느낌과 심장 통증이 있었고, 2차 백신 접종의 후유증을 꽤 심하게 앓았다는 사람이 많아서 두려움을 안은 채 맞으러 갔다. 이틀 이상 증상이 이어지지 않았으니 접종받는 것을 추천한다는 의사의 말에 2차 접종을 받았다.

 백신 접종일이 포함된 주에 실내 자전거 30분 챌린지를 선택한 건 정말 바보 같은 일이었다. 완벽한 실패였다. 타이레놀을 먹고 누워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4일 차 - 10월 24일 일요일

 미약하게 열이 나고 감기 증상이 심해졌다. 목구멍 통증과 심장 통증이 반복됐으나 다행히 심하진 않았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상태에서 실내 자전거를 탔다가는 내일 출근을 못 하리라는 것을. 하는 수 없이 '상상 돌리기'를 시도했다. 침대에 누운 채 실내 자전거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내가 저걸 타고 있다는 상상을 했다. 어이없었지만 챌린지를 계속 의식하고 있는 나 자신이 기특해서 웃음이 났다.

 그날 밤, 자전거를 타고 기차 안을 달리는 꿈을 꿨다. 꿈속의 기차에 앉은 승객들이 나를 선망하는 눈길로 쳐다봤다.


5일 차 - 10월 25일 월요일

 접종 후유증이 계속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때까지는 괜찮나 싶더니, 퇴근하고 열이 미친 듯이 오르면서 온몸에 오한이 들고 기침이 계속해서 났다. 실내 자전거고 뭐고 드러누워 앓기 바빴다.


6일 차 - 10월 26일 화요일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 종일 누워 약 먹고 자기를 반복했다. 저녁이 되어 컨디션이 많이 회복된 것 같아 스트레칭을 하고 실내 자전거를 딱 5분만 탔다. 바퀴를 굴리다가 내 뇌도 같이 굴러갈 것 같아 그만두었다.


7일 차 - 10월 27일 수요일

 기침과 어지럼증을 동반한 몸살이 계속됐다. 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터라 퇴근하고 실내 자전거를 타야 하나 고민했지만, 역시 쉬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아 보여 침대로 향했다. 친구는 원래 괜찮아졌나 싶을 때 움직이면 딱 두 배로 돌려받는 법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운동도 안 하고 전기장판을 켠 채 누워있자니 따스해서 행복하긴 했다.


 이 정도면 실내 자전거 일주일 챌린지 기록이 아니라 백신 접종 기록이다. 브런치로 처음 기록하는 첫 챌린지라서 호기롭게 실내 자전거 타기를 선택했지만, 내가 이 정도로 접종 후유증이 심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한 터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중간에 다른 주제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처음 이틀 동안 해낸 게 아까워서라도 기록하고 싶었다.

 언젠가 실내 자전거 타기 챌린지를 다시 시도해 성공할 것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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