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제삿날 그리움에 울다

엄마의 부재, 상실

by 까만여우

엄마가 돌아가신 지 다섯달도 되지 않았다.

아직도 엄마가 집이나 병원에 계신 것 같다.

가끔 출근길에 엄마의 부재를 느낄 때면 사무치게 그립다.


추석을 지내고 얼마 후 할머니의 제사를 지내면서 엄마 생각이 간절하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울컥하여 퇴근길 주차장 차 안에서 엉엉 목놓아 울었다.


엄마는 명절이나 제사 전부터 재료를 사다 날르며 김치를 담그고 떡과 식혜, 밑반찬을 하시고 전을 부치셨다.

9남매의 맏며느리인 엄마는 돌아가실 때까지 혼자서 그 일을 하셨다.

세명이나 되는 작은 엄마들은 일하러 오는 거라기보다 삼시세끼 밥을 차려줘야 하는 손님이었다.

당신이 시집살이를 하신 터라 며느리에게는 그 일을 넘겨주려 하지 않으셨다.

엄마는 당신의 노고로 할 수 있는 한 혼자 다 감내하고자 하셨다.

그게 안될 때는 맏딸이고 기까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나를 부르셨다.

엄마가 병으로 당신 몸을 제대로 못 움직이더라도 악착같이 그 일을 하셨다.

무슨 고행을 하는 수도자처럼.


"엄마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무슨 음식이야.

하지 말라고 좀. 엄마는 엄마 몸 생각만 해. 그러다가 넘어져서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래."


"사 먹는 건 맛이 없잖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고. 게다가 비싸고. 식구가 많은데

그리고 산걸 어떻게 제사상에 올리니.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그리고 제사음식만으로 밥을 못 먹어. 밥 먹을 식구가 몇 명인데 많이 해야지. 달랑 제사음식만 어떻게 주니?"


"누가 먹으러 와. 제사 지내러 오는 거지. 조금만 하고. 사서 해도 괜찮아. 요즘 산 음식도 맛있어. 깨끗하게 만들어서 걱정할 필요 없어. 뭐 하러 자꾸 힘들게 고생하는 거야 "


이렇게 매번 티격태격했다.

파킨슨 병인 엄마는 몸 떨리는 걸 제어하지 못했고 보행이 힘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리보다 팔은 그래도 잘 움직인다는 거였다.

엄마는 골도공증도 심해 넘어지면 골절이었다.

몇 번 골절을 당해서 고생을 했기에 우리는 항상 노심초사했다.

그래도 엄마는 제사와 명절을 안감힘을 쓰면서 지내시려고 했다.

그런 엄마가 하늘로 여행 가시고 제삿밥을 얻어드시는 신세가 되셨다.


첫 추석

나는 내 집의 명절 음식을 하면서 넉넉하게 준비해 아버지 집으로 가지고 갔다.

혼자서 제사상을 차릴 올케도 딱해 보였다.

올케는 요즘 신세대답게 제사상을 맞췄다.

맞춤 제사음식이 냉장고에 가득했다.

반찬이 모자라면 가져간 음식으로 하라고 일러두며 집에 왔다.

음식은 20명이 먹기에 턱 없이 부족해 보였다.

내가 가져간 음식까지 먹으면 얼추 될 거 같았다.


그리고 제사

주말인 데다가 아버지가 와서 도와주라고 며칠 전부터 부탁을 하셨기에 갔다.

올케는 이번에도 당연히 모든 음식을 사 왔다.

탕과 밥, 적만 집에서 하는 걸로 하고 일체 다른 반찬은 하지 않았다.

할 일이 없었다.

순간 나는 슬픔이 밀려왔다.

이렇게 제삿날 편하게 할 수 있는 걸 엄마는 뭘 그리 악착같이 아픈 몸을 이끌고 하셨는지 엄마의 고단함이 속상하고 화가 났다.

식구들 먹이고 싶어서 반찬을 더 만드는 수고로움에 담긴 정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미안함이 몰려왔다.

당신은 힘들어도 당신 손으로 따뜻하게 수도하는 마음으로 하신 그 음식에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엄마 표정이 떠올랐고 그 사랑에 고마움이 밀려왔다.

근 십 년을 파킨슨으로 고생하시다가 떠나신 엄마의 마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대해줄걸.


제기를 닦고 설거지를 하면서 엄마의 잔소리도 그리웠다.

남은 음식 봉지마다 싸놓고 가져가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엄마는 당신 손으로 음식을 하면서 제사를 지내셨지만 당신은 고생만 하셨다.

엄마는 사 먹는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엄마 49제 때도 나와 여동생은 엄마 사드시는 거 안 좋아하셨고 엄마 병원에서 드시고 싶어 하셨던 음식, 평소 좋아하셨던 걸로 지내고 싶다고 해서 우리 딸들이 제사상을 차렸다.

그러면서 난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엄마는 그런 마음으로 제사상을 차리신 거구나.

그런 엄마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려줄걸.

조금 존중해 주고 타협해서 엄마가 편하게 할 수 있게 할걸.

후회가 밀려왔다.

엄마의 정성스러운 밥상이 그립다.

엄마의 음식이 그립다.


난 가끔 울컥하다가 한번씩 서럽게 목놓아 운다.

엄마의 삶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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