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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여름 피어 오른 꽃 Jun 14. 2024

예상한 대로만 풀리는 건 인생이 아니지

저질체력의 회사생활 해내기

예상치 못한 한줄기 빛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변화를 이끈 건 covid19. 그리고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때부터 시작된 '재택근무'였다.

붐비는 만원 지하철/버스에 몸을 구겨 넣던 출퇴근 시간과,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관심이 집중되는 회의시간이 너무 무서웠던 터라 일상이 하루하루 지쳐가던 찰나였다.

그 와중에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거리 두기와 그 일환이었던 재택근무가 전 지구적 비극이던 상황과는 상반되게 나에게는 한 줄기 빛 같았다.


그런데 이 회사, 거리 두기가 완화되어도 재택근무를 계속 연장해 나간다.

'이런, 하늘이 나에게 은총을 내려주신 건가?'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내가 말한 은총은, 재택근무를 하면 그저 편해서가 아니다.

하루하루 직장생활을 이어가기 힘들던 내가 두려워하던 상황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상황들로부터의 탈피를 가능하게 했단 뜻이다.


그런 채로 어언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가자, '어, 이러다 내 생활이 망가질 수도 있겠구나.' 싶은 순간이 왔다.

생활 패턴이 망가지면 직격탄을 맞는 몸뚱이인 탓에, 오히려 난 이 자유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루틴과 리츄얼로 일상을 채워나갔다.

아침에 일어나면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점심시간에는 운동을 다녀오고, 저녁에는 명상을 하고... 와 같은 규칙적이면서도 나를 다지는 삶 말이다.

이렇게만 살면 나 같은 저질체력도 평생 일할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냈다.

재택 근무 기간 나를 수련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단련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마지막


이럴 수가, 어느 날 갑자기 회사 상황이 급변하며 재택근무가 사라졌다.

이미 재택근무에 의존하게 된 나는 어쩌란 말인가. 믿기지 않는다.

당장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화산처럼 폭발을 하나, 좋지 않은 경기에, 재택근무를 없애나가는 추세까지 이직이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그렇다면 별 수 없이 '다시 이 상황에 적응해 나가야겠지?' 하며, 태세를 전환하되, 점진적 적응 방법을 써보기로 한다.

서서히 나를 사회생활에 노출시키며 적응 시간을 주고, 나를 '쉬게 하는 시간'을 철저히 확보해 본다.

운동을 하는 시간도 재택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의도하여 규칙적으로 빼놓기로 했다.  


하지만 사무실 출근을 하고, 대면 회의가 잡히고, 회식 자리가 늘어가면서 별 수 없이 내가 단단히 다져왔다 생각했던 나의 정제된 삶의 패턴들과 그로 인해 얻어진 신체적/정신적 안정은 틈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과 나는 분명히 달라졌다. 재택기간 동안 나를 지키는 방법들에 대해 충분한 시간 동안 몸에 익혔다면, 이제는 실전이다.

아직 아쉽긴 하지만 내 체력을 안분해서 일과 운동, 친목에 고루 나누어 쓰려 노력 중이고, 전에 비해 시간적 여유는 없지만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약속을 스스로와 지키고 있다.


인생은 계획대로, 예상대로 되지 않는 법.

나의 저질체력 극복기도 그러하지만, 지금도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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