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U를 늘렸는데, 매출 구조가 더 나빠질 때

확장이 항상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SKU가 늘어난 스토어를 보면 처음에는 대개 비슷한 풍경을 가진다.

상품 목록은 길어지고, 카테고리는 촘촘해지고, 스토어 안은 이전보다 훨씬 다채로워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장한 모습에 가깝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SKU가 늘어난 뒤, 스토어에서 가장 먼저 달라지는 건 매출 숫자가 아니라 매출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

고객이 스토어에 들어와 무엇을 먼저 보고, 어디까지 스크롤하고, 어떤 지점에서 멈추는지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해진다.

상품은 많아졌지만, 스토어가 처음으로 보여주고 싶은 상품이 무엇인지는 오히려 분명하지 않다.


이 시점의 스토어를 보면 숫자가 바로 꺾이지는 않는다.

매출은 유지되거나, 소폭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같은 매출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유입을 더 가져와야 하고, 광고를 더 쪼개야 하고, 노출을 계속 밀어줘야 한다.

광고를 줄이면 매출이 바로 반응하고, 운영자는 계속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가 된다.

숫자는 버티고 있는데, 운영은 점점 더 바빠진다.


상품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크게 문제 없어 보인다. 가격도 과하지 않고, 상세도 나쁘지 않고, 리뷰도 어느 정도 쌓여 있다.

하지만 이 상품들이 어떤 순서로, 어떤 맥락에서 노출되고 있는지를 보면 다른 그림이 보인다.

잘 팔려야 할 상품과 그냥 함께 진열된 상품의 구분이 흐려져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이 스토어에서 뭘 먼저 사야 하지?”라는 질문에 바로 답을 얻기 어렵다.

SKU가 늘어날수록 스토어는 선택지를 넓혀주는 대신, 선택을 고객에게 넘기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전환이 자연스럽게 늦어진다. 상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비교해야 할 기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객은 한 상품을 보고 다시 목록으로 돌아가고, 다른 상품을 열어보고, 결정을 미룬다.

그 사이 광고 비용은 쌓이고, SKU당 매출은 얇아진다. 잘 팔리던 몇 개의 상품이 스토어를 끌고 가던 구조는 사라지고, 매출은 여러 상품에 분산된다.

전체 매출은 유지되지만, 매출 하나하나가 가볍게 쌓이지 않는다.


이 단계의 스토어에는 공통적인 신호들이 있다.
어디가 주력인지 한눈에 보이지 않고, 처음 사기 좋은 상품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이 스토어는 이걸 잘 판다”는 인상도 이전보다 약해진다.

SKU는 늘었지만, 스토어의 중심은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매출은 나오는데, 점점 더 많은 관리와 비용이 따라붙는다.


SKU를 늘린 결정이 잘못된 선택이어서 이런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다만 이 시점의 스토어는 상품을 더 추가하는 단계가 아니라, 구성을 다시 잡아야 하는 단계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을 앞에 둘지, 무엇을 대표로 보여줄지, 어떤 상품은 의도적으로 뒤로 물릴지. 이런 판단이 정리되지 않으면 SKU는 자산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SKU를 늘린 뒤 운영이 더 복잡해졌다면, 그건 스토어가 멈췄다는 신호라기보다 형태를 바꾸려는 중이라는 신호에 가깝다. 이제는 상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보다, 이 스토어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길 원하는지를 다시 그려야 할 시점이다.


그래서 이 구간에서 필요한 선택은 대개 ‘더 가져오기’가 아니라, ‘덜 보여주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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