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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숨 Feb 07. 2023

아침 요가 일지 #2

네 번째 수련 : 할머니와 곰돌이 푸

2023년 2월 7일 화요일.

나마스테.

지난주 금요일, 눈을 떠 보니 몸은 물에 젖은 듯 묵직하고 시계는 6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렇게 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날. 자책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렇게 돌아온 오늘. 기필코 가야지,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지 하는 마음으로 잠들었던 전날 밤의 결심은 요가에 늦는 꿈을 꾸며 선잠에 들게 했다. 알고 보니 옆집 남자가 윗집 아기들 아빠였던 개꿈을 꾸고 놀라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혹시 몰라 요가 레깅스를 입고 잤던 행동이 화를 부른 건가 추측해 보며.

6시 20분쯤, 어쩐지 가벼운 몸을 일으키고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땀은 거의 나지 않는 수련이기에 머리를 먼저 감고 가면 하루를 신선하게 세팅하고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 상쾌하다.


6시 50분쯤 밖으로 나서면 세상은 조금 무서울 정도로 캄캄하다. 그럼에도 이미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두운 골목에서 스친다. 어느새 하늘이 깊은 바다색을 띨 때쯤 요가원 앞에 도착하면 전구색 불 켜진 집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늘 나보다 먼저 와서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실은 언제나 새삼스럽고 놀랍다.


오늘은 특히 이번 요가원에서 머리 서기를 처음 연습한 날이다. 일상에서 정수리를 바닥에 꼭꼭 누르는 경험을 할 일이 있을까? 주요한 혈자리를 온몸의 무게를 실어 눌러보는 경험은 어려웠지만 시원했다. 머리서기를 연습했던 2년 전과는 달리 그간 다시 팔 힘이 약해져 버티는 힘이 없음을 인지했다. 여러 동작을 해보면서 오늘, 지금의 내 몸을 알게 됨이 기쁘다. 대단히 유연하지 않아도, 왼쪽은 잘 되고 오른쪽은 잘 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시간. 그 시간이 쌓이면 결국 몸은 보답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련 마지막을 장식하는, 어쩌면 가장 달콤한 시간인 ‘사바아나사’. 종종 코를 골며 잠드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늘 깨어있으려 노력한다. 하루 중 몇 안 되는 깊게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는 늘 수련자들의 몸에 담요를 살포시 덮어주고 누워있는 수련자들 사이에 고요히 앉아 있는 선생님의 모습과 생각을 예상해 본다. 어떤 생각일까? 어떤 마음일까? 어쩌면 사람들에게 마음과 몸 챙김을 리드하는 그 시간이 참 좋을 것만 같아서 느릿한 노력으로 언젠가의 요가 선생님을 꿈꿔본다.


그러다 이내 할머니 생각이 났다. 그냥 스치는 모습이 아니라 돋보기로 기억을 비추듯 할머니의 웃는 얼굴의 눈의 모양, 빛나던 회색빛 눈동자, 손등의 주름과 촉감. ‘아이고 우리 예쁜 강아지’ 하며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얼굴로 다 큰 손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입 맞추던 모습.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그 작고 여린 몸으로 산속의 관 안에서 너무 춥지 않을까, 안아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바아사나 시간에 눈물이 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익숙해지거나 잊고 있던 것들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곰돌이 푸에서 로빈이 푸에게 했던 말이 꼭 할머니가 내게 해주는 말 같다.

“If ever there is a tomorrow, when we are not together.

There is something you must remember.

You are braver than you believe.

And stronger than you seem. and smarter than you think.”


- 네 번째 아침 요가를 마친 후,

나의 소우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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