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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재숨 Feb 07. 2023

아침 요가 일지 #1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게 가능하구나


2023년 1월 31일.

나마스테.

세 번째 7시 아침 요가를 다녀왔다. 지난 아침들보다 일어나기 더 힘들었지만 처음으로 시간에 딱 맞추어 도착했다. ​


아주 조금씩 몸이 풀리는 느낌이지만 요가의 매력에 처음 빠져버렸던 재작년 보다 더 뻣뻣하다. 그래도 잘 되는 동작이 있고 아닌 동작이 있어 여전히 신기하다. 수련 후 물구나무를 살짝 시도해 봤는데 코어 힘이 부족한 느낌이다. 차근차근 다시 쌓아봐야지. ​


수련 후 부엌에 모여 따뜻한 얼그레이 티를 마시는 게 좋다. 뜨끈한 차가 몸에 들어오면 오늘 수련의 화룡점정이 된다. ​요가를 하지 않는 날에도 따뜻한 차를 자주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했던 첫 수련보다 10분 정도 왕복 산책을 할 수 있는 지금도 꽤 좋다고 느낀다. ​웜업이 되어 몸을 푸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오는 길에 오랜만에 시장 근처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너무 욕심을 부려 돌아가는 길에 근력 운동까지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미 출근해 있는 마트 직원들과 버스 속 수많은 사람들. 이 풍경을 직접 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가. 애초에 나는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아침 기상이라는 이 사소한 행동. 이미 이 새벽에 움직이고 있는 이들을 마주하면 나약했구나 하고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이제 직접 해 봤기에, 마주한 모든 사람들이 오늘도 포근한 알 속을 용기 내어 깨고 나왔음을 꿰뚫어 본다. 별 것 아닌, 아주 큰 용기로 하루를 시작한 나와 당신에게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낸다.


글을 쓰는 지금, 마트에서 사 온 파와 양파를 손질해 점심에 먹을 된장찌개를 끓여두고 (갑자기 보인 냉동실 성에도 제거) 거실 테이블에 앉아 사과를 먹고 있다. 기껏 마련해 둔 작업방을 두고도 햇빛의 변화를 더 느끼고 싶어 거실에서 작업하는 걸 즐기는 요즘이다. ​


어제 주문해 둔 피그마 책이 왔는데 오랜만에 새로운 기술과 툴을 배울 생각 하니 설레는 기분이다. ​여전히 깊은 진로 고민에 빠진 오늘. 어떤 일이든 바로 뛰어들지, 버티면서 조금 더 채울지 아직 선택하지 못했다. 현재를 충실히 보내다 보면 나만의 답이 보일 테다.


우연히 보고 요가에서 강조하는 현존과 일맥상통한다고 느낀 영화 쿵후팬더 속 대사로 오늘 일기를 마무리한다.


“Quit… don’t quit… You are too concerned with what was and what will be.

There’s a saying,

Yestersay is history

Tomorrow is mi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s why it is called ‘present’”​


- 2023년 첫 달의 마지막 날에, 소우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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