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재숨 Feb 21. 2023

아침 요가 일지 #4

감정은 사라지고 행동은 남는다.

2023년 2월 21일 화요일

나마스테.

여섯 번째 아침 요가를 다녀왔다.

지난 시간들보다 가장 일찍 준비한 아침이었지만 갑자기 코피가 터지는 바람에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문 밖을 나섰다. 수련 시간에도 멈추지 않아서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을 하며 코를 붙잡고 서둘러 갔다. 나름 일찍 준비했다고 생각한 오늘도 역시 나는 가장 마지막에 수련실에 등장했다.


요가를 다시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지나고 있다. 그 한 달 사이에 겨우 여섯 번의 수련이 있었지만 늘 캄캄할 것만 같던 6시 새벽의 풍경도 이제는 밝아지고 있었다. 이렇게 봄이 오나 보다. 운 좋게도 요가를 가는 날이면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없었다.


오늘은 일주일 만에 수련을 하는 날. 다시 추워진 날씨와 함께 잔뜩 굳어버린 몸으로 동작 하나 하나 할 때마다 곡소리가 났다. 그 덕에 몇 달 내내 터질 듯이 부풀고 뻗어나가던 머릿속 생각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꿈만 같은 순간. 이것이 바로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


누군가 그랬다. 몸에, 삶에 좋은 것은 하기 전에 괴롭고 하고 난 후에 기분이 좋다고. 반대로 좋지 않은 것을 할 때에는 하기 전에 기분이 좋고 하고 난 후에 기분이 좋지 않다고. 시작과 실천하기까지 그 직전의 마음이 가장 괴로운 운동이나 공부, 그리고 부지런한 사소한 것들은 해낸 후에 뿌듯함과 건강함이 보상으로 주어진다. 뻔한 사실이지만 괜스레 짚어보는 것으로 큰 도움이 된다.


최근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이 되어 종종 상기하는 생각이 하나 있다.

기분에 현혹되지 말자.
기분은 날씨 같은 것이다.


삶이라는 대 명제에서 오는 고민과 불안에 더불어 하루에도 여러 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생기는 일상.

그러나 날씨처럼 수시로 바뀌는 그 감정으로 인해, 오늘이 행복한 이유가 단 하나일지라도 무색해지는 것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은 사라지고 행동은 남는다. 먹구름이 낀 날도, 비가 와서 불편한 날도 있지만 잠시일 뿐.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날씨니까. 아름답다 외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맑은 날도 있으니까. ‘오늘은 하늘이 좀 흐리구나’하며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인지하며 받아들이고, ‘비가 올 듯하니 우산을 챙겨야지’하며 행동으로 대응한다.  


아직 매서운 추위가 가득한 공기 속에서도 아주 은은한 봄의 따스한 기운을 느끼며.

지금 여기 숨을 쉴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침 요가 일지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