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야기 10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수업을 3년째 하고 있습니다.
첫해는 김연수 선생님의 '나의 음식 이미지 그리기' 수업을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자신의 음식 이미지를 오일 파스텔을 사용하여 그리고 자신을 소개하는 시와 어울리게 배치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음식에서 범위를 확장해 자신을 다양한 사물 이미지로 표현하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오일 파스텔의 부드러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는 김연수 선생님의 의도처럼 표현하는 재료의 물성을 느끼며 다양한 색을 표현하는 활동이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평소 잘 사용해 보지 않던 부드러운 채색 재료를 좋아해서 수업의 주제뿐만 아니라 표현 재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는 임종삼 수석 선생님의 사물공감 일러스트 수업을 적용해 보았습니다.
먼저, 사물의 재발견을 위한 세 가지 질문을 합니다.
1)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물은?
2) 가장 불쌍한 사물은?
3) 나를 닮은 사물은?
1), 2)의 질문으로 먼저 주변의 사물을 관찰해 보았습니다.
두 번째는 사물 공감 카피나 시를 작성하기 위한 동기 유발 시간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짧은 시로 유명한 하상욱 님의 단편시입니다. 시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졸고 있던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 맞추는 사람에게 '맛있는 간식' 상품으로 주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의 눈이 갑자기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답을 맞혀보세요.
오른쪽 시의 제목은 '부모님'이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이 반마다 한두 명씩은 꼭 나오더라고요. 늘 고마운 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특합니다. 왼쪽 시는 '나사'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꽤 있는데 정답을 이야기해 주는 순간 아이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아~'라는 감탄사와 공감한다는 웃음소리.
시를 쓰는 것에 두려움이 많은 친구는 이렇게 짧은 시를 써도 된다고 알려주는 재미있는 예시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난 뒤 자신을 닮은 사물공감 일러스트를 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작품들이 참 많죠?
선우의 '언제 터질지 모름' 시에서는 일본의 하이쿠보다 더 짧은 시의 강렬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겸도의 <수능특강 혹은 동아시아사>는 어떻고요. 고3 만이 할 수 있는 사물공감 일러스트라서 보고 한참 웃었네요. 수능특강 문제집 입장에서는 약간 섭섭하기도 하겠어요.
'사물'은 물질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그 범위가 매우 넓죠? 나와 가장 가깝게 있는 사물부터 멀리 있는 사물까지 일상에서 불려 나온 사물에 공감하고 의미를 부여해 보는 활동, 사소한 사물로 자신의 삶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활동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