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질문연구소 세 번째 편지
이번 주 그림 선물은 반추상화입니다.
반추상화는 구상과 추상 사이 중간 어디쯤이라기보다 대상을 지워가면서도 완전히 놓지 않은 긴장 상태의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느끼고 관찰해 주세요.
남편과 호수공원에 산책을 다녀오던 날, 이 그림을 처음 만났습니다. 그날따라 호수 물결에 반사되는 햇볕이 유난히 아름다워 반짝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었죠. 그래서일까요? 이 그림을 보자마자 물에 반사된 영롱한 빛들이 제일 처음 보였습니다. 남편도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더라고요. 조금 더 자세히 보다 보니 별빛 같기도 하고, 연예인을 촬영하는 카메라 플래시처럼도 느껴졌어요. 우리는 그림을 바라볼 때 지나온 경험에 비추어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의식 혹은 의식이 작용하는 구간이지요. 사람마다 경험의 종류, 양, 깊이가 모두 다르기에 같은 그림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갈색, 황토, 주황 계열의 색이 따뜻함을 주고, 중첩된 도형과 형상들이 점점 밝아져 마음속 등불이 환하게 켜지는 듯합니다. 특히 인물 형상에 있는 하얀 사각형은 사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때 찍는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심장 부위로 시선을 유도하여 밝은 에너지를 내뿜습니다. 형태와 색이 중첩되면 어두워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그림은 오히려 밝아짐으로써 감상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다가옵니다.
A선생님: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십자가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기쁨과 환희가 있었기에 저리 밝게 빛나게 뭔가 옆으로 퍼져 나오는 것처럼 그렸을까요?
B선생님: 십자가가 굉장히 눈에 띄는 것 같아요. 십자가처럼 보이기도 하고 약간 반짝반짝한 불빛인 거 같기도 해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그런데 또 X자도 많아서 십자가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합니다. 첫 분위기는 정말 뭔가 떠받들고 신앙적인 느낌이 강한데 무엇을 떠받들고 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C선생님: 저는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십자가, 그래서 십자군도 생각나고 또는 하늘에 풍년을 기원하며 제사 지내는 고대인의 모습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D선생님: 저는 하늘에 있는 별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E선생님: 저는 처음에는 불꽃놀이를 생각했었는데 전쟁 뉴스를 지금 보고 있어서인지 전쟁 상황을 표현했나 싶기도 하네요.
F선생님: 공연 같아요. 지금 BTS 공연을 광화문에서 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가운데 아이돌을 중심으로 주변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손을 들고 환호성 지르고 있는 모습 같고요. 위에 보이는 반짝이는 듯한 네모는 마치 풍등처럼도 보이고 연처럼도 보여요. 풍등은 보통 바다에서 날리니 여름에 바다에서 불꽃놀이 같기도 해요. 꿈과 희망 밝고 환희에 찬 느낌이에요. 또, 어릴 적 수련회 갔을 때, 밤 행사할 때 촛불 하나씩 켰을 때 생각도 납니다. 하늘거리는 노랗고 주황색 촛불에 비치던 친구들의 얼굴도 떠오르고요. 집에 있는 엄마 생각에 코 찡긋하던 생각도 나네요. 배꼽 빠지게 웃기다가 우리를 또 울게 만들었던 그 시절 수련회 교관 선생님들. <케데헌>의 Golden을 그린다면 이렇게 그릴 수 있겠어요. No more hiding, I'll be shining like I'm born to be.
G선생님: 처음 그림이 딱 떴을 땐 모자이크의 느낌을 받았는데, 만세를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하늘에서 십자와 네모가 조합된 것들이 떨어지는데, 깃발 같기도 하고.. 보다 보니 뭔가 3.1 만세운동 느낌이 났습니다. 그런데 가운데 아래 인물처럼 보이는 형상은 만세를 안 하고 있는 게 만세 하는 사람들과 대립되는 모습인지, 아니면 리더인지 잘 모르겠네요.
H선생님: 픽셀 느낌이 먼저 보이고 가로로 분할이 5번 되어 보여요. 칼과 방패로 서로 싸우거나 전쟁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파울 클레, <Connected to the Stars>, 종이에 수채와 연필, 32.4X48.3cm, 1923년
파울 클레는 1879년 스위스에서 태어났어요. 음악 교사였던 독일인 아버지와 스위스 성악가였던 어머니 밑에 자라면서 일찍부터 예술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키웠습니다. 아내 또한 피아니스트였기에 클레의 그림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로 음악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겁니다. 그는 종종 회화를 음악 작곡과 유사한 과정에 비유했습니다. 조화로운 전체를 만들기 위해 요소들을 신중하게 배열하는 과정에 비유한 거죠.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공감각적 방식은 선의 리듬감, 색채의 균형, 움직임 등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는 '청기사파', '신분리파' 등 다양한 예술 운동에 참여하면서도 어느 한 이념에 얽매이지 않으려 했어요. 아이가 그린 듯한 이미지와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는 그의 특이한 화풍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1917년부터입니다. 음악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했던 그는 시를 읽고 영감을 얻어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품도 제작했지요. 이런 시도를 눈여겨보던 바우하우스(미술·디자인·건축학교) 교장이 그를 교사로 초빙했어요. 그는 10여 년간 학생들에게 회화, 색채, 판화 등을 가르치며 예술적 역량을 마음껏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나치 정권에 의해 '퇴폐적인 작품'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스위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정치적 혼란과 개인적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작품세계를 계속 확장했어요. 수채화, 유화, 파스텔, 에칭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고 탐구했으며, 음악적인 느낌, 문자와 기호, 동물과 식물, 인물 등 여러 소재들의 다양한 공존의 장을 표현했어요.
원화 제목이 한글로 번역되어 널리 통용되지 않은 경우, 번역 방식에 따라 작품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덜 알려진 작품일수록 원제목을 그대로 두는 편이 오히려 더 정확한 이해에 가깝겠지요. 이 작품의 제목은 직역하면 <별과 연결된>이고, <별과 이어진>, <별에 연결되어>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할 수 있습니다. 김선현 작가는 『다시는 상처받지 않게』에서 이 그림을 <별이 된 아이들>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번역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전달하는 본래의 의미가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와우아트' 작품 설명 일부 발췌 재구성
<Connected to the Stars>는 공간을 평면화하고 형태를 파편화함으로써 초기 입체파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단순한 분석적 해체를 넘어, 파편화된 형태에 서정적인 감성을 불어넣습니다. 선은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구성을 연결하고 정의하는 능동적인 요소입니다. 단순히 밤하늘을 묘사하는 대신,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은유하는 내면의 풍경을 그려냅니다. 직사각형, 정사각형, 각진 선 등 기하학적 형태들이 역동적으로 배치되어 마치 거대한 천체 안에 존재하는 형상이나 혼돈 속의 질서, 불확실한 세상에서 의미를 찾는 여정을 암시합니다. 따뜻한 흙빛 색조가 주를 이루며 친밀하면서도 광활한 분위기를 자아내 차갑고 멀리 떨어진 우주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 깊숙이 느껴지는 우주를 표현합니다.
우리는 위를 응시하는 추상적인 형상들을 보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간의 형체가 별자리 속으로 녹아드는 것일까요? 이러한 의도적으로 열린 해석은 관람객이 작품에 자신만의 해석을 투영하도록 유도하여 깊은 개인적 교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궁극적으로 <Connected to the Stars>는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 그림은 광활한 존재 속에서 우리의 위치를 되돌아보고 우주의 신비를 받아들이도록 이끌어줍니다.
** 원문 링크
Connected to the Stars - QR C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