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마음이 심란할 때는 폭포그림이 딱이지!

명화질문연구소 네 번째 편지

by 민트아트

금요일 저녁부터 몸살감기가 심하게 걸려 시름시름 앓고 있었지요. 이번 주 명화 편지는 쉬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명화질문연구소 선생님 중 한 분이 자녀 일로 너무 힘드시다며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그림을 보내달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 부탁글을 보자마자 아픈 것이 싹 나은 것처럼 갑자기 힘이 솟는 거예요. 그림을 찾아야겠다는 사명감에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컴퓨터를 켰습니다.


제일 먼저 생각난 그림은 밀레의 <봄>이었습니다. 과수원 같은 곳에 무지개가 뜬 그림이었는데 정확한 제목이 생각나지 않아서 탐색하던 중 우연히 아래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자녀로 인해 상처받은 부모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그림으로는 딱이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논리적인 설명보다 그냥 느낌이 그랬습니다.


그림을 천천히 감상해 보세요.


어떠신가요? 이 그림이 여러분들 가슴에는 어떻게 와닿으실까요?

저 혼자만의 느낌일지 모르나, 저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릅니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이지요. 물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듯이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로 순리대로 흘러갑니다. 물도 종류가 여러 가지이지요. 바닷물, 강물, 호수, 시냇물 등 흐름의 속도와 방향, 물의 양에 따라 다 다른 모습을 하기에 화가들에게 인기 있는 소재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폭포는 물의 에너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물 중의 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낙하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물이 내는 거대한 소리와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림을 의뢰하신 선생님처럼 저도 둘째를 키우며 하지 않아도 될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속이 썩어 문들어지면 이런 느낌이겠구나를 여러 번 느꼈으니까요. 그래서 더 선생님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림을 찾지 않았나 싶습니다. 육아라는 험난한 과정은 끝이 없습니다. 물처럼 계속 흐르지요. 때론 잔잔하다가, 굽어 흐리기도 하고, 파도가 치기도 하고, 저 밑으로 굉음을 내며 떨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끝에 있는 희미한 무지개가 보이시지요. 마치 어둡고 답답한 터널을 통과한 자들에게 주어진 선물처럼 느껴집니다. 물방울과 햇볕이 어떤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물방울이 관찰자에게 특정 각도로 빛을 보내야 무지개가 관측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무지개는 자주 보기 어려운 신기한 현상이지요. 힘든 육아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신이 보내주신 희망의 메시자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명화질문연구소 선생님들은 이런 이야기를 나누셨습니다.


A선생님: 이 그림이 선물이라 생각하고 바라보았습니다. 우선 시원한 청량감이 찾아왔어요. 청량감에 젖어 그림을 바라보는데 높은 곳에서 떨어진 물이 물보라를 만들어 혼탁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어지럽고 뒤엉키고 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겠고 무서울 것 같다는 감정이입도 해보네요. 그렇게 시선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시선의 끝이 무지개에 머뭅니다. 반짝반짝 무지개.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지만 무지개를 보니 웃음이 얼굴에 번지네요. 시원함으로 찾아와 잔잔한 미소를 안겨준 그림입니다. 전체적인 색감이 선명하다기보단 뿌연 느낌을 주는데요... 육아란 삶이란 그런 것일까요? 덕분에 그림에 제 느낌에 머물러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B선생님: 어느 나라의 폭포를 그린 걸까요? 아프리카일까, 캐나다일까, 북유럽일까 궁금합니다. 폭포는 구름같이 몽실몽실한 물안개를 만들어내고 물빛은 투명에 가까운 푸른빛이라 빙하수 일 것도 같아요. 오른쪽 아랫 편 무지개가 눈에 들어오네요. 왼쪽의 무너질 듯 아슬아슬한 절벽 속 나뭇가지와 뿌리들도 아주 섬세하게 그려져 있군요.


C선생님: 저는 그림을 보는 순간 노곤한 표정으로 저를 기다릴 5교시 학생들에게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듯합니다. 이 그림 저장해 놓고 한 번씩 보면서 올여름을 나야겠어요.


D선생님: 그림의 오른쪽 상단의 물결은 조금 잔잔해 보이는데 왼쪽의 폭포와 하단의 물보라는 무척 역동적이면서도 거칠고 무서운 느낌이에요. 물이 이렇게나 많은데도 아래쪽의 땅은 메마른 것 같은 느낌은 제 마음이 메말라서일까요? 하늘이 흐린 것 같은데 아래쪽에 있는 무지개가 뭔가 희망을 주는 것 같아요. 처음에 명화를 주실 때는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나 계속 고민했어요. 오늘 그림은 어쩐지 다 지나간다고 저를 토닥여주는 것 같네요. 명화질문연구소에 들어오기를 잘했어요.


E선생님: 저 높은 곳에서 물이 떨어지는 모습이 힘겨워 보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그렇게 떨어지고 있기에 그 아래에서 무지개가 보이는 것처럼 하염없이 물이 떨어지고, 힘이 떨어지고, 내려가는 느낌이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기 위해 가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래서 저는 오늘 이 그림을 보며 오늘 하루도 힘겨울 순 있지만 무지개를 발산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


F선생님: 그림 속 폭포는 아래로 아래로 쏟아지네요. 엄청난 굉음이 느껴지는 듯하기도 하고 물이 바위에 맞을 때 그 고통이 느껴지는 듯하기도 합니다. 자녀를 향한 우리들의 내리사랑 같기도 하고, 분출할 곳 없는 분노 같기도 합니다. 나를 키우면서 흘렸을 울 엄마의 눈물 같기도 하고.. 갑자기 울컥해지네요. 최근 해든이 사건..(영아학대 뉴스 너무 힘들기에 외면하려다 결국 봤는데.. 고통스럽네요)으로 맘이 힘든 건지... 그냥 아름다운 것을 봐도 인간에 대한 회의감이 느껴집니다. 그나마 저도 오른쪽 무지개가 희망이길.. 바랍니다.




그림 이야기


<미국 쪽에서 바라본 나이아가라 폭포>,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 1867년, 캔버스에 유채, 257.5 x 227.3cm,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 (1826~1900)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는 미국의 풍경화가들의 모임인 허드슨 리버 화파의 주된 인물이었으며, 산, 폭포, 일몰을 묘사한 넓은 풍경의 전경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세한 자연을 빛과 낭만적인 모습을 강조했고, 말년에는 지중해 및 중동의 풍경과 도시경관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이 그림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인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엄한 모습을 훌륭하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처치가 1856년 7월 나이아가라에서 그린 드로잉과 채색된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1866년 뉴욕의 미술상 마이클 크노들러의 의뢰로 그려졌습니다. 처치가 미국 대표로 파리 만국 박람회에 초청되면서 이 그림이 전시될 예정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나 1887년 존 S. 케네디가 이 작품을 구입하여 그의 고향인 스코틀랜드에 기증했습니다. 이 작품은 유럽 공공 소장품 중 처치의 주요 작품으로는 유일한 사례라고 합니다.


처치가 그린 나이아가라 폭포 다른 그림도 함께 감상해 보겠습니다.



풍경화는 많은 말이 필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참 좋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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