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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아트 May 19. 2024

질문하라! 이것이 그림과 친해지는 비밀이다.

프롤로그

새학기 미술수업 첫 시간에 가장 공을 들이는 일은 학생을 내편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학교에서 미술은 왜 배워요?"라고 묻거나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불편한 행동을 시작하기 전, 미술교육의 필요성을 미리 설파한다. 이런저런 책에 등장하는 미술 관련 좋은 문장들을 수집해 두었다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사용한다. 


이런 노력은 미술을 좋아하지 않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생이라도 수업에 대한 거부감을 어느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약간의 호기심, 선생님에 대한 믿음과 긍정적인 관계가 먼저 형성되어야 괜찮은 미술 수업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학생을 설득하기 위한 글로 자주 인용하는 <부모라면 유대인처럼>의 스물일곱 번째 글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지식은 '예술'이라는 한쪽 날개를 달아야 날 수 있다


"모든 과학은 예술에 닿아 있다. 모든 예술에는 과학적인 측면이 있다. 최악의 과학자는 예술가가 아닌 과학자이며, 최악의 예술가는 과학자가 아닌 예술가이다.(프랑스 물리학자 아르망 트루소)" 유대인들은 외국어나 수학, 과학 못지않게 예술 과목을 중시한다. <중략> 예술에서 활용하는 상상의 도구들은 인문학은 물론 과학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이 화가이자 과학자, 음악가이자 수학자, 무용수이자 발명가로 사고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으며, 자신의 분야 밖에서 소통할 수 없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양과목과 과학 과목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게 유대인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과학자로 키우고 싶으면 예술을 가르쳐라, 예술가로 키우고 싶으면 과학을 가르쳐라."

  천재들의 생각 방식을 분석한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루트번스타인 부부의 말이다. 남편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과학자이고, 동갑인 아내 미셸은 역사학자다. 이들은 수백 명의 과학자, 수학자, 예술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분석, 예술 관련 취미가 있어야 창조적인 사람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략> "아인슈타인과 같은 뛰어난 학자는 예술 등의 취미가 있고, 이런 취미를 통해 자기 분야에서 성공했다." 그녀는 역사학도 상상력이 없으면 좋은 연구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역사학도 주어진 팩트 안에서 가능한 세상을 상상해야 상황을 종합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부부가 자녀들을 키우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은 다양한 예술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략>

   

위의 글로 미술 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한 뒤 '생활 속의 모든 것이 미술이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매일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뜨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방안의 인테리어부터 생활 공간 곳곳,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물건에 존재하는 색깔과 디자인, 학교에 오는 동안 만나는 모든 것에 미술 아닌 것이 없다는 말에 조금은 놀라는 눈치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해도 실기 수업이 아닌 감상 수업에 들어가면 꾸벅꾸벅 조는 학생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재미있는 미술 감상 수업'에 대한 화두가 늘 나를 따라다니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한다.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책을 열면 제일 먼저 '질문하라! 이것이 오천 년 유대교육의 비밀이다.'라는 마빈 토케이어의 글이 등장한다. 책의 핵심 키워드를 보여주듯 첫 페이지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하브루타를 처음 접했고, 질문과 토론 교육인 하브루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련 책을 두루 찾아 읽던 중 <하브루타 부모수업>에서 그림으로도 하브루타를 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미술 감상수업에 하브루타를 접목하게 나의 첫 출발점이라고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직접 적용한 것은 이로부터 7년이 흐른 뒤였다. 아들과 딸, 남편과 먼저 가족 독서 하브루타와 명화 하브루타를 진행하며 내공을 쌓았고, 딸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수업 적용에 대한 적응력을 길렀다.


나는 하브루타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미술교육에 있어서 만큼은 진심인 대한민국 교사이다. 이 책은 명화 하브루타를 학교 미술 수업 현장에 적용한 실천기로서 성공 사례라기보다는 좌충우돌 도전기이다. 아는 것이 없어도 즐겁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함께함으로써 그 감상의 의미가 더 풍부해지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사례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림 감상을 두려워하는 성인이나 미술 감상 수업이 지루한 학생들에게 재미있는 질문으로 다가가 그림과 친해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출간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 한 이후 아무런 내용도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프롤로그를 처음으로 써보았습니다. 제가 왜 이 책을 집필했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해 써 내려가다 보니 책 원고를 앞에 두고 진짜 프롤로그를 쓰고 있는 미래의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실 겁도 없이 시작한 일이지만 올해 안에 무엇이 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으며, 앞으로 채워나갈 책이라고 생각하고 도전에 의미를 두기로 했습니다.

분량이나 논리에 있어 많이 부족해 퇴고에 퇴고를 거듭해야겠지만 첫 발걸음을 내디딘 용기에 셀프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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