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트아트 Oct 05. 2024

미술교사 모임 하브루타_르네 마그리트

  3년 전부터 지역의 친한 미술 선생님 네 분과 미학 모임을 하고 있다. 미학책을 비롯해 미술 관련 실용서, 에세이,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논제를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 모임이다. 학교 이야기, 수업 이야기는 덤이다. 여름 방학 모임에서는 명화 하브루타 수업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요청에 의해 그림과 활동지를 준비해 갔다. 미술 교사라 웬만한 그림은 다 알고 계실 것 같아 그림 선정부터 어려웠다. 그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하브루타를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른 그림이 아래의 그림이다. 아는 그림이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너무나 깔끔한 공간, 먼지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깨끗한 곳에 벽난로가 있다. 그 기능을 상실한. 그곳에서 기차가 벽을 뚫고 나온다. 기차가 벽난로에서 나온다는 양립할 수 없는 물체의 충돌에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전등은 있지만 기차의 그림자는 빛의 방향과 상관이 없다. 거울 또한 선택적 비추기를 하는 데다가 어두워 이곳이 어떤 상황인지 우리의 상상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기차에서 증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니 한 참 달리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차가 나오는 순간을 포착한 스냅숏 같은 그림인지 아니면 나오다가 박제된 것인지, 시간이 멈춘 것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시공간을 초월해 움직이는 기차가 이곳으로 들어오다가 통과하는 문이 닫혀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 기차의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12시 43분은 무슨 의미일까? 모두가 현실에 있는 존재들이지만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나타나는 데페이즈망 기법은 아주 많은 생각과 물음을 떠올리게 한다.'




하브루타 참여자 : 미술 교사 4명(민, 희, 윤, 수)



1. 그림을 관찰하며 단어로 적기


기차, 호그와트 성, 9와 4분의 3 승강장, 마법, 여행, 새로운 곳, 시간이 멈춘, 증기 기관차, 시계, 촛대, 벽난로, 거울, 나무 마루, 대리석, 조용함, 딱딱함, 이질적인, 따뜻한 듯 차가운, 과하게 정리된, 완벽, 부조리, 12시 43분, 난로


2. 나만의 그림 제목 짓기


시간의 틈새로 여행하는 열차, 시공간 철도 999, 경적, 기차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3. 질문하기


기차의 목적지는 어디인가? 있기나 하는 것인가?

거울은 왜 선택적 비추기를 하는가?

실내 거실 공간에 진입하고 있는 기차는 무엇을 의미하나?

이 기차는 어디로 여행하고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 방의 풍경은 어떠한가요?

이 방에 들어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12시 43분으로 한 이유가 있을까?

촛대는 왜 초가 없이 비어 있을까?

벽난로에 불 피운 흔적이 없는 이유는?

멈춘 시간을 표현한 것일까?

촛대가 2개인 이유는?

한쪽 촛대가 거울에 비치지 않은 이유는?

이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방일까?

시계는 왜 기차 위쪽에 자리하고 있을까요?

기차는 왜 공중에 떠 있는 것일까?

이 방안에 다른 물건은 무엇이 있을까?

방이 비어 있는 이유는?



4. 생각 나누기


Q1. 방이 비어 있는 이유는?


 : 이 질문은 방이 비어 있다는 가정하에 나온 질문입니다. 방이 비어 보이는 이유는 여기가 현실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만약 어떤 집에 있는 공간이라면 이 공간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문을 잠가두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이 공간은 아무도 못 들어가요. 마법사인 주인만 열고 들어갈 수 있고, 들어갔을 때 여기는 시공간을 초월한 거죠. 해리포터에서 어떤 공간을 이동하는 것처럼. 예를 들어 본인이 축소되어 이 기차에 타던, 판타지 영화 같은 느낌이 드는 비밀의 방이요. 그래서 가구는 필요치 않은. 감상자가 무한 상상을 해보라는 뜻에서 비워놓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 저는 이 그림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부조리였거든요. 자기 내면을 그린 것 같아요. 내면이 깔끔한 사람도 있고 내면이 복잡한 사람도 있는데 이 그림은 내면으로 들어오는 자기의 생각들, 인식의 작용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해석에 따라서 우리는 이 장면만 보고 나머지를 해석했는데 저는 이방이 비어 있지 않을 것 같아요. 이곳을 치우기 위해 창고는 가득 차 있을 수도 있고, 이런 방을 만들기 위해서. 그랬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 그러면 질문과 반대로 이 방이 꽉 차 있다고 생각한 이유가 뭘까요?


  : 이 안 보이는 공간에서는, 우리가 시야에 안 들어오는 공간에서는. 왜냐하면 제가 이 공간을 머릿속이라고 가정했잖아요. 머릿속은 계속 경험을 받아들이고 이것을 처리하고 있잖아요, 뇌 속에서는. 뇌 속이 깨끗할 리는 없다. 머릿속이. 내 마음속도 마찬가지고. 집은 살다 보면 더러워질 수밖에 없잖아요. 물건이 쌓이고. 여기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깨끗한 단면만 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이 공간이 저는 깨끗하리라고 생각 안 하고 어느 한쪽에는 물건이 엄청나게 쌓여 있을 것이다. 창고가 있거나. 창고로 물건을 넣었는데 물건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있는 그런 공간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재미있는 생각 같아요.


: 버려진 다락방 같은 느낌일 것 같아요. 아무도 쓰지 않고 너무 아무것도 없으니, 기차라도 등장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 여기가 비어 있다면, 너무 지극히 깨끗하고 정돈된 곳이어서 일종의 이상향 같은 그런 개념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청 깨끗하게 정돈되었기에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이상적인 공간을 표현하고 싶었던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2. 거울이 왜 선택적 비추기를 하는가?


  : 촛대 하나와 시계만 비추고 있어요. 우리의 상상력을 차단하는 실내 공간이긴 하지만 실내 공간이 진짜 텅 비었는지, 뭐가 있을지, 그 앞에 큰 괘종시계가 있을지, 아니면 그림이 있을지, 사람이 있을지, 가구가 있을지를 전혀 오리무중이에요. 거울은 공간을 더 확장하는 개념이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덧붙이는 그림의 장치인데 이거를 아예 다 없앴어요. 안 비추려면 다 안 비추던가 비추려면 투명하게 다 비추던가.

제 답은 거울은 작가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어떤 마음이나 뇌 속의 상황을 얘기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사람들은 각자 자기 보고 싶은 대로 해석을 하거든요. 각자의 생각들이 사실은 몇 단어의 이런 진짜 작은 정보를 통해서 소통될 뿐이지 자기가 알고 있는 인지하는 세상이 다 똑같은 모습과 똑같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그래서 작가는 그런 우리의 뇌 작용들, 인식 지각의 작용을 이렇게 거울을 통해서 어떤 건 비추고 어떤 건 비추지 않는 그런 현실을 지각해라. 자각해. 너희가 아는 게 다가 아닐 수도 있어. 네가 아는 게 틀렸을 수도 있고, 맞았을 수도 있어. 그건 괄호야. 아무도 몰라. 판단 불가야. 이렇게 얘기하고 있진 않을까 생각해 봤어요.


 : 설득력 있네요.
 

 윤 : 저도 약간 방이 비어 있는 것 같다는 그 질문이랑 연계해서 자기 내면의 관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내면을 들여다볼 때 눈 감고 명상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외부 세계를 좀 차단해 주고 내 안의 것을 비추는 그런 역할을 거울이 해서 어떤 것은 비추고 어떤 것은 비추지 않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봤어요.


 : 생각해 보니까 앞에 빛이 있어야 하는데 거울 안은 또 너무 어두워서 뭔가 벽이나 이런 것들이 보여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점은 그렇죠. 이 그림에서 논리를 찾을 수 없지만 논리를 찾으면 안 되는 그림이긴 하지만 여기 방을 상상하는 것보다 여기(안 보이는 곳)를 상상하게끔 하는 게 조금 더 작품의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여기는 너무 티 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곳인 것 같은데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보면 오히려 이 거울 속에 있는 것들이 너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여기(안 보이는 곳)에 좀 더 집중하게끔 하는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저도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건 비추고 어떤 건 비추지 않는 것이 거울의 실질적인 기능보다는 우리가 계속 다니던 길에서도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잖아요. 매일 똑같이 지나가는 길인데도 어느 날 거기에 저게 있었어?라고, 놀라는 것처럼 사물은 일정한 공간에 존재하지만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볼 수 있지만 무심코 지나가던 것들은 그곳에 없었다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인 어떤 그런 세계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해요. 내가 관심을 가졌던 사물은 나한테 보이고, 그 외의 것은 그 자리에 있었으나 나한테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어떤 그런 세계를 얘기하는 것 같아요.

또 다른 면은 거울이라는 것이 다른 공간으로 통하는 통로이기도 하잖아요. 뭔가 거울 저쪽에 또 다른 공간이 있지 않을까 저기서 이 안쪽을 바라보고 있지 않겠느냐고 느낌이 지금 방금 들었어요.



Q3. 지금, 이 순간 방의 풍경은 어떠한가요?


 윤 : 영화 같은 데서 다른 사람은 다 정지됐는데 주인공만 움직이는 그런 장면이 있어요. 여기서도 다른 모든 것이 다 정지되어 있는데 기차만 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파티에 모여 있는데 정지되어 있고 기차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순간처럼 보여요. 사람들이 손에 와인잔을 하나씩 들고 서로를 바라보면서 얘기하다가 잠깐 멈춘 상황이요. 주변에 탁자도 있고 강아지도 있고 어린아이도 있고 여러 명이 있어요.


 : 이 순간 그냥 문득 드는 생각은 제 다음 질문이랑도 연결되기는 하는데 일종의 기차역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사실 이 시계는 시계탑처럼 보여요. 제 다음 질문이 시계는 왜 기차 위에 자리하고 있을까인데 항상 기차역에 가면 큰 시계들이 있잖아요. 서울역에도, 외국에도 다 엄청나게 큰 시계들이 기차역에 존재해서 뭔가 이 기차가 나오고 있는 장소를 이 공간이랑 결합하는 것에서 모티브가 된 게 뭔가 기차역에서 가지고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이 순간 방의 풍경이 이런 기차가 나오는 곳이 진짜 많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차역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기차 출구들이 되게 많이 있고, 다양한 기차들이 겹치지 않게 다닐 수 있으니까 여기서도 나오고 이쪽에 또 이쪽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거나 이런 식으로 다닐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어요.


  : 재밌는 생각이에요.


 : 되게 재밌네요. 역시 생각들이 남다르셔. 저는 하브루타를 하다 보면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에서 어떤 사람의 의견이 진짜 괜찮은 생각이라고 하면 그쪽으로 제 생각도 기울어지거든요. 귀가 얇은 사람이라 제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이 그럴듯하면 그 의견이 제 의견처럼 되어 버려요. 그래서 이 보이지 않는 이 어느 곳에 진짜 쓰레기가 쌓여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기차가 여러 대 다닐 것 같기도 하고 시공간을 초월한 뭔가 우리가 알 수 없는 어떤 이런 희귀한 상황들이 펼쳐지고 있지 않겠느냐는 모두의 의견이 종합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막 섞이네요.


 : 그러면서 의미가 더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 이 질문은 어려운 질문이에요. 지금 풍경을 이 조각만 보면 되게 서늘해요. 약간 뭐라 그럴까 좀 쓸쓸하고, 왜냐하면 초에 불도 없고, 시간은 멈춘 것 같고, 건전지가 다 된 시계 같은 생각도 들고, 얘(기차)가 정말로 나오려다가 딱 꽁지가 묶여서 박제된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박제된 장난감 기차 같기도 해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풍경은 여기에 정말 살아있는 생물이 있거나 풍경하면 자연 풍경이 먼저 생각나고 인간들이 왁자지껄하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이런 풍경이 생각나는데 여기는 그런 상호작용을 하는 것들이 제거된 그런 풍경이다. 각자 개체들 하나하나만이 그냥 무심히 툭 툭 툭 있어서, 그것도 붙어 있지도 않아. 따로따로 떨어져서. 그런 고독하기도 하고 그런 풍경들이 이 화면에서는 묘사되어 있다.


Q4. 시계는 왜 기차 위에 자리하고 있을까?


 : 시계가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느낌이랄까. 기차역처럼. 시간이나 이런 게 되게 중요한 공간이어서. 이 기차보다 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뭔가 높낮이 차이를 두어서 기차 위에 시계를 위치에 해놓은 게 아니냐고 생각했습니다.
 

 : 시계라는 건 우리에게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거고 기차는 앞으로 가잖아요.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또한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건데, 시간이라는 걸 형상화했을 때의 시계라는 물체와 공간을 차지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기차의 시간을 대조하기 위해서 위에 놓아두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계와 기차 둘 다 멈춰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죠. 시간에 대한 두 개념에 대해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위해서 그림 속에 시계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늘 느끼는 시간과 사물을 통해서 느끼는 시간에 대한 다른 의미, 혹은 같은 의미 등을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이라는 것을 메시지로 던져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질문도 되게 좋았어요. 재밌었고. 왜냐하면 촛대가 양쪽에 있는 거는 제사를 지내거나 혹은 종교적인 상징 의미가 있어요. 이 시계 자체가 사실 최근 발명품이잖아요. 그래서 커다란 성당이나 아니면 기차역에 있는 것도 사람들이 시간을 규칙적으로 사용하고, 거기에 맞춰서 생활하라는 용도로 사용했잖아요. 그러니까 시계는 사람들의 일상을 관리하고, 공통적인 문화와 생활 습관을 주기 위해서 그 시계의 기능이 그거였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아요.

그래서 시간은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서 24시간으로 정할 수도 있고 어떻게 정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냥 그걸 정한 거야. 수치로. 사람들이 정한 규칙성을 제단에 올린 거죠.


 : 제단에 올렸다는 표현이 멋있다.


  : 우리는 이 고정관념에 박혀 있어. 근데 너 기차로 탈출할래? 아니면 여기 멈춰 있을래? 우리한테 질문하는 듯한 이제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켰어요. 그래서 저는 여기서 얘(기차)를 빼내고 싶은 거야.


 : 저도 그런 충동이 일어나요. 너무 답답해 보여요.


  : 맞아요. 그러니까 너는 이 사고의 틀에서 시계라는 거대한 세상의 어떤 관습이나 우리 속에서 갇혀 있는 어떤 가치관이나 편협한 생각들, 고정관념 이런 거에 대해서 너 어떻게 빠져나올래 아니면 너 이대로 있을래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아서 이 질문이 되게 좋았어요.


 윤 : 저는 이게 어떤 뭔가를 막 상징한다고 접근하지 않았고, 역에 가면 시계가 위에 붙어 있잖아요. 그래서 이게 역처럼 보이게 하는 어떤 장치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이 작가가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굉장히 비논리적이고 논리를 깨고 있고 상징이라는 걸 뭔가 부과하는 것도 사실 나름의 논리를 세우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떤 논리적인 거라기보다 기괴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 서사적인 비유 장치로 넣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 작품의 메시지


 : 저는 시간이라는 건 흘러가잖아요. 흘러가는데, 눈에 보이지 않아요. 그런데 시간의 흐름을 시계와 앞으로 나아가는 어떤 기차의 모습에서 가시화하는 시간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려고 이 작품을 그리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는 시간이라는 것을 이렇게 시계를 보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되게 추상적인 개념이잖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작품을 보면서 겨울비 작품이 생각이 났어요. 비라는 물방울을 신사들의 모습으로 매칭해서 그렸잖아요. 인간이 아닌데 인간인 것처럼 비유적으로 표현했죠. 기차가 사실은 사람을 대변하지 않나 상징적으로, 어떤 개인의 주체성이라든가 의지 이런 것들을 기차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항상 부조리라든가 고정관념 등에서 깨어나야 하는데 그런 지점들을 얘기해 주는 게 예술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이런 것을 좀 이해하고자 하는 자세 깨어있는 어떤 시각, 생각 이런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기차는 석탄을 지피잖아요. 연기가 나려면 석탄을 계속 때야 하는 거야. 끊임없이. 여기서 탈출하려면 이제 노력해야 한다는 거예요.


 윤 일상을 다르게 보면서 즐거움은 어디서 오는가 그냥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해 봤어요.


 : 저는 그림 단어 적기에서 '따뜻한 듯 차가운'이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이런 벽지나 나무 재질에서 따뜻함을 느끼는 줄 알았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까 기차에서 따뜻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다른 것들은 멈춰 있고 딱딱하고 차가운 느낌이 있는데 유일한 움직임이 보이는 부분이 기차에서 나오는 연기여서 이것이 유일하게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여기에서 따뜻함을 느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차가운 그런 현실 속에서 일종의 하나의 온기라든가 생명력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느냐는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화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



<작품 정보 >

르네 마그리트, La Durée poignardée(Time Transfixed), 1938, 캔버스에 유채, 147X98.7cm, 시카고 미술관


르네 마그리트(1898~1967)


  르네 마그리트는 벨기에 레신에서 양복 재단사인 아버지와 모자 상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1920년 중반까지 미래주의와 입체주의 성향의 작품을 그리다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영향을 받아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1927년 첫 개인전을 열었지만, 혹평을 받았고, 파리로 건너가 앙드레 브르통과 친구가 되었다. 그를 통해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동시대 다른 초현실주의자들이 꿈과 무의식에 세계에 집중했다면 마그리트는 사실적으로 묘사한 일상적인 오브제를 예기치 않은 낯선 상황, 이상한 관계 속에 놓음으로써 친숙한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생각거리와 시각적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하였다. 현실의 것을 절묘하게 변형하고 왜곡하는 표현 기법은 후에 영화, 음반 표지, 애니메이션 등 수많은 분야에 응용되었기에 현대 미술사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은 마그리트의 후원자인 에드워드 제임스가 런던 자택 연회장을 장식하기 위해 주문한 것이다. 마그리트는 에드워드 제임스의 집 내부의 벽난로, 촛대, 시계와 거울이 있는 인테리어를 재현했다.

마그리트는 '고정된 시간(Time Transfixed)' 혹은 '관통된 시간'이나 '정지된 시간'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그림의 영문 제목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프랑스어 원제인 'La Durée poignardée'를 직역하면 '단검에 찔린 전진하는 시간(Ongoing Time Stabbed by Dagger)'을 의미하는데' 이는 번역된 버전보다 훨씬 강렬하고 상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역동적으로 흐르는 시간과 단검을 상징하는 기차를 벽난로에 찔러 넣었다고 할 수 있다. 마그리트는 제임스가 이 그림을 그의 집 계단 아래에 걸어두어 기차가 연회장으로 가는 도중에 손님들을 찔러 주기를 바랐다고 하니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조금은 추측할 수 있다.


1930년대 마그리트는 일상 사물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친화력'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하던 시기에 <금지된 재현>, <고정된 시간>을 탄생시켰다. 이 두 작품은 모두 당시 영국의 수집가이자 시인이었던 에드워드 제임스의 집 내부의 모습이 담겨있다. (중략)
<고정된 시간>은 마그리트가 에드워드 제임스의 집을 떠난 후에도 기억에 남아있던 거울과 벽난로에 대해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다. 마그리트는 보통 지인들과 논의하여 오랜 연구 끝에 그림의 주제를 정하는 것에 비해 <고정된 시간>은 갑자기 환영처럼 이미지가 떠올랐을 때 즉흥적으로 그린 몇 안 되는 그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해설 중(2020) -


통찰력을 그리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 브뤼셀, 1936년 10월 4일 찰리 허스코비치컬렉션, 유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