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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May 31. 2021

꼰대가 두렵지만 꼰대가 되고 싶어

선배의 마음은 이래요.

"매일 이렇게 늦게 가서 어떡해요?"

"퇴근은 하는 거죠?"


이런저런 말을 붙이며 칼퇴의 머쓱함을 무마시키는 내 모습이 어색하다.


좋좋소(중소기업 직장생활 에피소드를 다룬 유튜브)를 보며 위안을 느낀다는 그들에게 나는 어떤 선배, 어떤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사기업의 경험을 쌓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이 직장에 그들이 바라는 것은 노관심 노터치 칼퇴근 일뿐이고 선을 넘지 않는, 어쩌면 적당히 어색한 관계일지 모른다.


아마도 우호적이지만 균형 잡힌 그런 말을 내가 아직 나이가 어려 모르는 그런 게 있을 것 같았다.(가만한 나날, 김세희)


김세희 작가의 소설 '가만한 나날'을 읽을 때는 그들의 첫 시작이 마냥 풋풋하게 느껴져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다. 처음이라 낯설고 필연적으로 서툴 수밖에 없는 경진과 같은 존재가 내 직장에 있다면 돕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우호적이지만 균형 잡힌 그런 말'을 내가 할 만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노력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관심을 보였다가는 꼰대로 취급당할지도 모르겠다는 현실적인 생각도 했다.


도움을 원하는 사람과 선을 넘는 관심을 원하지 않는 사람.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 위로의 한마디를 해주면 참 힘이 될 텐데 싶은 순간이 있고 반대로 모른 척해줬으면 좋겠는 순간이 내게도 있었기에.


업무를 하다 보면 막연할 때가 있다. 내 할 일이 맞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 올 때 옆에서 살짝 던져주는 가이드가 절실한데 가이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관심을 가지면 자신에게 업무가 넘어올까, 앞으로도 계속 질문을 쏟아내며 의지할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팀장님. 000 구매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신입 딱지를 벗지 못한 시절 모든 것이 막막해 도움을 요청한 나에게 팀장님은 "00이 알아보고 구매해야지."라고 하셨다. 더 이상 질문을 할 수 없었고 돌아 돌아 어렵게 구매를 했다. '해당부서에 알아보고 거래처가 있는지 확인해 봐'. 정도만 말해주셨어도 알아 들었을 텐데...라는 원망을 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지금 다른 직원들의 업무에 가끔 관심을 가진다. 짧지만 나의 경험을 말해주기도 하는데 과연 그들이 원하는 조언이었을까? 확실치 않아 이내 후회를 한다. 알아서 잘할 텐데. 하고.


그래서 어렵다.

진심으로 그들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아는 선에서 도와주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꼰대질이 될까 두렵고 과도한 관심으로 여겨질까 주저하게 된다.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요'. 와 '자기 할 일은 알아서 해야지'. 의 사이.

그것 참 애매한데 그것의 구분 또한 어려운 사람에겐...

어쩌겠나... 한 번은 잘 알려주고 싶다.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당신이 덜 힘들었으면,

당신이 오늘은 일찍 퇴근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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