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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May 10. 2021

글로 만난 사이, 글로 마음을 전해...

글을 쓰고 싶은 당신에게.

낭랑한 목소리에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다른 사람의 동영상을 플레이해보는 일은 드물다. 끝까지 보는 일은 거의 없고 그러니 다시 돌려보는 일은 더욱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그녀의 고양이송은 아이들까지 불러 다시 봤다.


그래. 나는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자세히 보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특징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고 하는데 그녀는 노래를 부르니 금세 하나밖에 없는 꽃이 되었다. 조금 질투가 났다.


사람마다 반응하는 목소리가 있다. '더 셜리 클럽'의 설희는 '보라색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나는 조용하지만 소신이 있는 목소리를 좋아했다. 귀 기울여야 들리는 작은 목소리지만 듣기 시작하면 누구보다 힘 있는 메시지가 담긴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가 꼭 그랬다. 질투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목소리니까.


내게 없는 남다른 재능을 가진 그녀는 조용하고 부끄럼을 타면서도 낭랑한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조곤조곤 말하고 다녔다. 당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그리고 나는 어느덧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다니며 함께 하고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가까이 그녀를 바라보며 감정과 생각을 짐작해보고 있다. 짐작만 해서는 오해하기 십상이니 물어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녀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알아간다. 거울을 통해서만 나를 볼 수 있듯 타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내가 있으니까.


알고 보니 그녀와 나는 MBTI성향이 정반대인 데다 내향인이라 접점이 생기기 쉽지 않은 사이였다. 그런 우리가 글을 쓴다는 이유로 함께 하게 됐는데 그것이 참 소중하다. 글을 쓰고 싶은데 쉽지 않다는 그녀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글을 쓰는 것뿐인 내가 만난 것은 먼저 손 내밀어준 그녀의 노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싶다. 그녀가 그저 열심인 내 모습을 보고 속에 있는 말들을 부담 없이 쏟아 내기를. 이렇게 막 써도 되니 아무 말이나 꺼내놓아도 안전하다 느낄 수 있게 되기를.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행위인 글쓰기.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크고 지속적인 목소리인 글쓰기가 공통점이어서 감사했다.


이전 그녀의 글을 찾아보면서 자꾸 말을 걸고 싶어 졌다. 그랬냐고, 그런 생각을 했냐고. 나도 그랬다고. 아니 나는 그렇지 않았다고. 그런데 그냥 참고 글을 쓴다. 우린 내향인이고 우린 글을 쓰니까.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우리가 겪은 것이 무엇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거야. 나는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_전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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