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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밍블 Jun 29. 2021

글쓰는 마음을 응원해요.

당신의 글을 제가 기다립니다.

“똑똑”     

반가운 카톡 알림이 왔다.

하루 종일 바쁜 날이었다. 해야 하는 일도 많았지만, 인사발령이 있어서 종일 어수선한 날, 오늘은 정말 남는 게 없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휩쓸려 가는 날은 딱 질색인데... 하는 순간, 퇴근 30분 전의 카톡.   

  

일과 삶의 분리를 위해 꼭 사수하는 루틴이 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 혹은 바쁜 일을 처리하고 난 다음,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끄적이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퇴근해서까지 어수선한 기분이 들어 내 하루를 회사에 뺏긴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그것조차 하지 못한 오늘, 알림처럼 그녀에게 카톡이 온 것이다.      


“안녕”이라고 답하며 이야기가 시작됐다. 참여하고 있는 모임의 진행 상황을 묻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글쓰기의 상황을, 글 쓰는 마음을 서로가 챙겼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은 ‘글쓰기’의 안부. 마음이 어떤지, 모임이 어떤지, 글을 쓰는지 알게 뭐냔 말이다. 먹고살기 바쁘고 피곤에 지쳐 오직 퇴근만 바라볼 시간 아닌가. 그런데 우린 종종 이런 것들을 물었다.  

    

그녀와 나는 휴직 중 독서모임에서 만났다. 책을 매개로 만났지만 막상 독서모임을 하는 동안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진 못했다. 그러면서도 난 그녀가 좋았다. 앙다문 입술과 희미한 미소가 그녀의 성격을 나타낸다는 것을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단정한 느낌의 그녀는 나와 같은 점이 많을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다.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같았고 책 쓰기를 하다 멈춘 것이 같았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마음보다 실패하는 마음에서 더 동지의식을 느꼈다

.     

“너는 그때 괜찮았어? 다른 사람들이 출간을 하기 시작할 때, 나를 앞서 나갈 때 말이야.”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무리는 늘, 난 네가 있어 좋다, 꼭 동기 같다했고 그녀는 ‘다른 부서로 배치된’ ‘동기’ 라며 더 정확한 언어로 표현했다. 역시 직장인다운 비유였다. 독서모임에서 만나 글쓰기라는 욕망을 갖고 각기 다른 모임으로 배치된, 글쓰기 동기.

“나도 불편해지고 비교되는 사람을 마주하면 조용히 언팔을 하거나 숨김을 해. 몰랐지?” 나는 정말 몰랐다. 알게 된 지 3년이 되어서야 담담해 보이는 그녀에게도 마음속 울렁임이 있었음을 알았다.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 안에서 적당히 익어 서로의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 사라졌다. 갖고 있으면 예쁘지 않은 모양으로 자라날 수 있지만 내뱉으면 아무것도 아닌 마음. 애초에 표현되면 사라질 마음을 우리끼리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뭐든 어여 쓰자.”

“어어. 오늘 쓸까 봐.”

“크크”

“동기 아닌 동기와 카톡 하는 마음, 이걸 써볼게ㅎㅎ”     


전문작가도 아닌데 서로의 글쓰기를 이렇게 재촉하고 독려할 일인가? 그 글을 누가 기다린다고, 누가 읽는다고 어여 쓰잔다. 그런데 그 말이 힘이 된다. 서로의 글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으로 들린다. ‘네가 쓰면 내가 읽을게. 읽고 나면 나도 쓰고 싶어질 거야.’라는 암시가 걸려있는 것 같다.      


아 되었다.

오늘의 나는 ‘회사 인간’ 말고 ‘쓰는 사람, 나’도 잊지 않았다. 조직의 일원으로도 열심이었고 ‘동기’와의 대화도 의미 있었다. 하루를 여러 방면으로 알차게 썼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글까지 남겼으니 성공적이다. 무엇보다 글쓰기 안부를 묻는 것이 결코 헛지꺼리가 아니라는 마음이 들었다. 함께 쓰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잘 쓴 글이든 못 쓴 글이든 쓰려고 애쓰는 마음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여실히 느낀 날이다. 그러니 글쓰기에 관심이 있어 브런치에 들어온 당신도 글쓰기를 시작하시라. 동지를 만들고 함께 쓰며 마음을 위로하다 보면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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