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길 기다리나 싶은데 막상 퇴근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고. 월급을 기다리나 싶어도 월급을 타면 또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고. 뭔지 모르겠어. 뭘 기다리는지. 근데 기다리긴 한단 말이에요. 생각하고 생각하다가 도저히 모르겠다 싶을 때 내가 뭘 하느냐면. (...) 커피를 내리죠. 원두 20g을 2분 동안 200㎖ 딱 맞춰서 아주 정성스럽게.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향과 맛 다 느끼면서 천천히 한잔 마시다 보면 내가 이 순간을 기다렸나 싶기도 하고. (오늘의 커피, p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