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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밍블 Jul 09. 2021

내가 잘하는 아주 사소한 것을 떠올려 보세요

다크호스가 되는 길

 소확행이 확실한 행복이 되지 않고 소소한 건 소소한 것일 뿐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할 때, 토드 로즈의 다크호스에서 조금 새로운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충족감을 얻고 싶다면 남들이 강요하는 열정이 아니라
당신의 항해에서 순풍을 타게 할 열정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Know Your Micro-Motives. [다크호스 by토드 로즈]    
                  

한국어로 미시적 동기를 발견하라는 말이었는데 영문이 더 와닿아서 영문장 그대로 옮겨 봤어요.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 많이 듣잖아요? 그런데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걸 알고 있나? 나만 내가 좋아하는 걸 모르고 살고 있나 싶어서 누구에게 묻지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거릴 뿐이었어요. 몇 가지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일은 잘했죠. 그런데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선택지 중 무엇이 내게 충족감을 주는지는 알 수 없었고, 무엇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 모르는 채 살아왔습니다. 너무 대단하게 좋아하는 걸 찾으려니 어렵더라고요. 그러다 나이 40에도 계속 글을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이것도 좋아하는 일인가?



카드도 직접 만들었어요. 제가 취미부자거든요^^♡


어린시절 부모님께 편지를 자주 썼던 기억이 있어요. 자발적인 편지는 아니었지만^^;;(교내 편지 쓰기 대회 같은) 편지를 쓰는 만큼은 진심을 담아 썼고 어떤 선물보다 부모님은 제 편지를 좋아하셨어요. 단지 글만으로 타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 된 경험은 그때였습니다. 아빠에게 삶이 너무나 가혹했던 어느 날, 지갑에서 꼬깃꼬깃한 편지를 꺼내며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힘들 때마다 우리 딸이 써준 이 편지를 꺼내본다.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 고맙다"


 내겐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용돈을 모아 고민 고민해서 산 어떤 선물보다 한 장의 편지가 아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저는 조금 멍해졌어요. 이런 형식적인 글에 기대어 위로를 받을 만큼 아빠는 힘드셨구나. 누군가의 지지가 간절히 필요하셨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계속 편지를 써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전 꽤 오래 편지를 썼어요. (결혼하고 시아버지께도 드린 적이 있었는데 아버님도 엄청 좋아하셨죠.) 타인을 위한 편지를 이렇게 열심히 썼으니 저를 위한 글은 또 얼마나 정성껏 썼겠어요.^^ 초등학생 시절 의무적으로 쓰기 시작한 일기도 쓰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져 성인이 될 때까지 쓰고 있었고 한술 더 떠 SNS에도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게 됐죠.


두 아이 태교 일기장

너무 사소하고 별 게 아니라 의식조차 못 하고 있었던 글쓰기가 계속됐으니 글이 제법 쌓였고,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계속하고 있다는 자체로 나 자신이 기특해졌고요.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거창하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아주 작은 취미였지만 그래서 무리하지 않았고 덕분에 적당한 충족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당연히 묻게 됩니다. 나는 글쓰기에 열정이 있나? 하고요. 열정을 불꽃같이 타오르는 뜨거움이라고 한다면 분명 저는 열정이 없는 사람입니다. 한 번도 타오른 적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지치지 않고, 아니 지치는 순간에도 계속하고 싶은 무엇을 열정이라고 한다면 네, 저는 글쓰기에 열정이 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열정의 모양과 다를지라도, 평가의 기준이 다를지라도 자꾸만 나아가고 싶은 것이 글쓰기예요. 아! 이게 나의 순풍이구나. 글을 쓰는 방향으로 삶이 따라가고 어쩐지 계속 잘하고 싶어지는 것이며, 겨우 A4 한두 장에 꽉 차오르는 충만함을 느끼는 것이요. 이 보잘것없는 행위를 통해 저는 내 삶을 관찰하고 나의 과거를 기억하며 나를 더 사랑하고 있어요. 어느 때보다 더 꼼꼼하고 확실하게요.     


  

Know Your Micro-Motives.     

내 마음의 작은 만족이 어떻게 확장될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시작은 단순히 읽는 것이 좋아서였어요. 읽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생각이 쌓이니 배출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내 마음의 작은 만족을 따라 끄적였던 글은 그때의 마음이 생생히 담겨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게다가 나의 기록이니 더 재밌고 의미 있지 않겠어요?


"너는 책을 좋아하잖아-"

"너는 글쓰기를 좋아하잖아-" 하는 주변 사람의 말에 그냥 그건 너무 작은 일이라고. 나 혼자 좋아 쓰는 일일 뿐이라고 가볍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내게 착 붙어 만족을 주는 일, 바로 그것이 나의 Micro- Motives (미시적 동기) 아닐까요? 너무 큰 목표를 세우고 지레 포기하지 마시고 주변에서 내게 자주 하는 말을 떠올리며 내 마음속 작은 동기를 찾아가 보세요. 어쩌면 그 분야의 다크호스가 될지도 몰라요!


눈에 띄는 화려한 것에 집중하다 이제야 작은 것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이 또한 시행착오 일지 모르지만 작은 것에서 시작해서 부담이 없습니다. 최소한 제 만족이 되니까요.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




타인의 기준과 시선을 따라갔던 20대 이야기.

https://brunch.co.kr/@mintblue9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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