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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밍블 Aug 11. 2021

내가 쓰고자 하는 글도 결국 내 욕심이지

내가 가진 꿈도.


직장에 다닌 지 3년. 많은 돈을 모으진 못했지만 얼굴은 예전보다 맑아졌다. 그건 단순히 깨끗한 피부가 아닌 그 사람의 환경, 영양상태, 심리적 안정감, 여가, 자신감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드러나는 ’ 총체적인 안색‘이었다. 물론 어릴 때부터 그런 낯빛을 타고나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론 언짢아했다. 건강하기보다 지나치게 건강하다는 인상을 받아서였다. [큐티클, 김애란]    

      

직장 생활한 지 13년이 되었고 많은 돈을 모으진 못했지만, 생활은 안정되어갔다. 누군가처럼 일찍 부동산에 눈을 뜬 것은 아니어도 내 집 마련 이후부터는 여유 있게 투자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직 안색에 빛이 나고 눈에 띄는 여유를 가진 정도는 아니지만 지나치게 건강한 낯빛을 갖고 싶진 않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낯빛을 속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을 돌보는 사람들의 안색은 조금 고단해 보이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살 수 있지만, 굳이 고단한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아직 내가 잘살고 있는지도 확실치 않은데 고단한 삶을 생각한다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지금부터 연습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주저하며 다른 선택을 할 것 같았다. 선택의 순간마다 몸이 편한 선택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방향으로, 저울대를 실낱만큼이라도 더 기울일 수 있는 생각을 미리 연습해야 할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내 몸 가꾸기를 좋아하고 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다. 봉사활동을 가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멀찌감치 서서 쩔쩔매는 사람이고 지구 반대편 빈곤에 대한 이야기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런 내가 타인을 위한 방향을 생각한 것은 순전히 내 욕심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픈 욕심, 지독히 이기적인 내가 좋은 일 하나 했을 때 느끼는 이질적인 행복감이 자꾸만 다른 선택을 하고 싶게 다. 현재 내 삶에 충실하되 내 주변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질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내 삶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내 삶이 조금 더 가치 있었으면 하는 마음.


이기적인 마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지구 반대편까지 뻗어가지는 못한다. 그것까지 욕심낼 수 있는 그릇이 아님을 안다. 그저 내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가야지, 내 주변인들부터 사랑해야지, 그들의 어려움을 자꾸 보고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 정도이다. 가끔이라도 정기적으로 안부를 전하고 내가 겪은 일처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진심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가꾸는 것, 불화하지 않으려고 내 안의 부정적인 마음을 키우지 않는 것들이 고작 내가 하는 일이다. 더 그럴싸한 일을 할 수 없을까? 좀 더 윤기 나는 얼굴로 행복을 전할 수 없을까? 성공하면 더 많은 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가수이자 제작자인 박진영의 책 ’ 무엇을 위해 살죠? ‘에서 박진영은 성공이란 성능 좋은 확성기를 갖게 되는 일인데 성공 후에 전할 메시지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의 말을 마음에 새겼다. 지나치게 건강한 안색이냐 고단한 삶이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내게 확성기가 생겼을 때 무슨 말을 할까를 생각했다. 확성기를 갖는 삶을 생각했다. 생각이 생각으로만 갇혀 있지 않게 글을 쓰자는 생각을 했고 그런 모임을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부끄럽게도 아직 내 삶에 허덕이느라 계속 다른 글을 쓰며 쉬이 모임을 시작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내가 쓸 글들이 의미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변함없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로 같은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다음 단계엔 좀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 있는 글을 써야지 하며, 대단한 글을 쓰고 싶은 또 하나의 욕심을 내려놓는다. 다만 ‘사랑‘은 힘이 없다고 ’ 다정함‘은 가볍게 던지는 일회적인 마음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꾸준한 다정함이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증명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성실한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한다.    


 가끔 멈칫할 때마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은 확성기를 갖고 싶은 욕망과 꾸준한 다정함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럴만한 사람이 아닌데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힘을 내게 된다. 마음먹는 일과 글로 쓰는 일은 쉽지만 어렵다. 행동하는 일은 더 어렵다. 여전히 욕심나는 것들을 마음에 품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글로써 나아간다. 내 글에 대한 책임으로 내 행동이 따라오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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