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아한밍블 Jan 19. 2021

함께의 힘? or 나만의 길?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시절의 좋은 친구였던 싸이월드가 갑자기 아쉽다. 사진이야 하도 여기저기 나누고 인화도 해서 오히려 괜찮은데 그때 썼던 일기가 생각날 때가 있다. 내가 조금 기억하고 있는 일기인데 아마 내 주변 사람들이 나의 휴직과 기타 몇 가지를 부럽다고 한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썼던 내용이다. 그때의 휴직은 일이 너무 힘들고 임신하자마자 유산 가능성이 있어서 했던 휴직이었는데.


 나도 한 동안 내가 원하는 것을 실행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때도 지금도. 그러던 어느 날 부러우면 하면 되지. 왜 아무것도 안 하면서 부럽다는 얘길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부러우면 하라고 ^^


아무것도 안 하면서 부럽다고 말하는 의도가 뭐지? 내게 무엇을 바라는 거지? 또 나는 상대에게 무슨 대답을 기대하고 부럽다는 말을 하는 거지?

그것은 요행이다.

뭔가 비법, 지름길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 팁을 달라는 것이거나 실제 부럽다기보다는 습관적인 말버릇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내가 발견한 마음은 말로는 부럽다고 말했지만 그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면 좋고 안되면 할 수 없고... 하는 마음으로 대충 뭉개어 부럽다... 빨리 갈 수 있는 비법이 있으면 한 번 가보고. 뭐 이런 심리?로 쉽게 부럽다.라는 말을 뱉는 것이다.


정말 원하면 거북이처럼 가더라도 엉금엉금 어떻게든 발을 뗄 텐데 그만큼은 아닌 것.


하고 싶은 것을 당장 지금 하라.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각자 가중치를 두는 분야가 다르고 잘하는 분야도 다르기 때문에 부러움의 대상이 됐던 수많은 타인과 동일한 삶을 살 수는 없다.


내가 아는 한 청년은 몇 에이커의 땅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는데 그는 '여력만 있다면' 나처럼 살고 싶다고 내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남이 내 생활양식을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 까닭은 그 사람이 내 생활양식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나는 또 다른 생활양식을 찾아낼지 모를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제각기 다른 인간들이 존재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각자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그 길을 갈 것이지, 결코 자기의 아버지나 어머니 또는 이웃의 길을 가지는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월든 p111]/은행나무]


월든을 처음 읽었을 때 소로우는 참 똑똑하지만 지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곳곳에 유머가 보인다. 소로우는 자신의 생활방식을 따르기를 바라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누군가의 생활양식을 배우기도 전에 누군가는 또 다른 생활양식을 찾아낼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 말은 사실이다. 어떤 이는 자신이 모든 삶의 방식을 다 살아봤고 그래서 이 길을 택했다고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소로우는 자신의 인생은 계속 변할 것이고 그에 따라 다른 생활양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삶의 방식에도 구속당하지 않는 쿨함. 너무 멋지잖아! 물론 데미안에서 만난 연대에 대한 이야기처럼 중간중간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을 만나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기뻐하다 다시 흩어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이의 삶이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러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서보다 그들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정체성을 찾게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 네가 찾고 있는 사람에게 네가 주는 사랑이 그 사람을 완성해 줄 거다. [더 셜리 클럽 p199/민음사]



독서모임 멤버들과 더 셜리 클럽을 읽었다.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셜리 넬슨의 편지가 가장 크게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가 된다는 이야기.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내가 찾는 사람들, 나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모습이 완성되고 서로 주고받는 사랑이 서로를 완성해 준다는 이야기는 정말 따뜻하고 든든했다.


소로우가 누구의 생활양식을 따르지 말라고 하는 이야기와 셜리 넬슨의 이야기는 다르지 않다. 우리는 함께 가면서 사랑을 채우고 내 앞의 길에 밝혀진 불빛을 보며 더 나아간다. 함께 가는 길을 즐기고 갈림길이 나올 때 소로우 말대로 자신의 고유한 길을 조심스럽게 찾아내어 그 길을 가면 되는 게 아닐까?


누구는 나를 따라오라 하고 누구는 각자 기준대로 가라 해 마음이 갈팡질팡 할 때가 있다. 그때는 우선 내 마음을 붙잡고 내 곁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내 곁에 누가 있는지 내가 사랑을 전하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조용하고 가만한 눈길로 바라본다. 그들로 인해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그들이 주는 관심과 사랑으로 나는 이루어졌다. 앞으로 내가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도 그들을 위한 길일 확률이 높고 그것이 내 기쁨이 될 것 같다. 나를 향한 믿음과 내 주변인들을 향한 사랑으로 나를 채우고 고민될 때마다 다시 한번 조용히 내 길을 상상하자.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누군가 나를 부러워한다고 우쭐대지도 말고.






이런 글은 어떼요? 

https://brunch.co.kr/@mintblue918/23


https://blog.naver.com/mintblue918/222212279630



작가의 이전글 우리는 맛집에서 우정을 서비스로 얻었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