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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09. 2019

좀 젊죠..?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암 전문 큰 병원 첫 진료가 있는 날.
일하느라 바빠 첫 조직검사 결과도 혼자 가서 보게 만든 신랑이 오늘은 병원에 따라오겠다며 휴가를 냈다.
오늘은 정말 별 것 없을 테니 휴가 취소하고 너 좋아하는 일이나 하라고 하고 혼자 병원에 갔다.

내심 큰 병원이니 약물치료나 하자고 할 것을 기대했다. 이 정도는 칼 안대도 된다고.
이 전 병원에서 가져간 사진들을 본 교수가 말했다.

범위가 아주 크다고. 상황에 따라 전절제를 할 수도 있겠다고.

조직검사 슬라이드 가지고 오라고. 그리고 당장 수술 스케줄 잡으라고.

뭐지 이 날벼락은.

“전절제고 뭐고 저는 출산이 하고 싶습니다. 일단 가족의 완성을 마치고 치료받는 게 낫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가 졸지에 황당한 애 엄마가 되어버렸다.

상황과 감정이 좀 정리되고 나니 어느새 수술 일정이 잡혀있었고, 당일에 하고 갈 검사가 종이 한 장 가득 적혀있었다.
전절제라는 말에 다리가 한 번 후들거렸고,
출산도 완모도 다 한 젊은 엄마가 이런 일을 당하니 속상하겠다 위로해주는 간호사 앞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날의 검사를 다 마치고 물 한 컵 들이키다가, 나를 짠하게 바라보는 할머니와 눈빛이 마주쳤다.
속도 없이 “좀 젊죠?”하고 웃어버렸다.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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