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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l 16. 2019

친구 찬스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너 언제 시간 되니?” 물어보기만 여러 번이었다.
몇 번을 내려가겠다 약속만 했다.
이번에도 달을 넘기면 못 올 것 같아 즉흥적으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다.
내려오는 티켓만 사고 다음날 출발.
그렇게 아이와 단둘이 제주도에 왔다.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에 맞춰 이곳에 정착한 친구를 찾아서.

늘어지지 않을까 싶었던 일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아이는 아이들과 뛰어놀고, 유방암과 갑상선암 환자 엄마들은 진이 다 빠졌다.
그래도 좋았다.

이른 아침.
서우봉 둘레길을 걸었다.
안내판 지도에 둘레길은 하산 방향이었는데, 어차피 날이 흐려 일출은 보기 힘들 것 같아 그냥 바다 옆길로 걸었다.
부지런한 동물들이 아침이슬을 맞고 있었다.
그 풍경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다가 뒤를 돌아보니,
내 등 뒤에 절경이 있었네.

바다와 말과 안개와 한라산.


내 등 뒤에.
지나온 길에.
내 생각대로 가느라 미처 보지 못한 곳에.

여하튼.
오늘은 친구랑 약속을 좀 해야겠다.
우리 둘, 건강관리 잘하자고.
그리고 고맙다고도 얘기해야지.

이른 아침 서우봉 둘레길

친구 찬스로 혼자 바닷길 산책. 셀카라 사진이 이모양.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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