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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l 19. 2019

내 새끼가 등골 브레이커가 되겠다고 한다면

독박육아 도치맘 에세이

신랑이 물었다.
나중에 아이가 학교에서 유행 따라 노페 같은 거 사달라고 조르면 어떻게 하겠냐고.
"시끄러워!"라 하겠다고 답 했지만 솔직히 저렇게 말할 자신은 없다.

우리 때도 국민 교복, 국민 가방, 국민 운동화가 있었다.
중학생이 되자 아이들은 체육시간마다 운동화를 까뒤집어 정품인지 짝퉁인지를 구분했다.
떡볶이 코트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색깔에 따라 편을 가르는 희한한 애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유행 타는 거 잘 안 사주시는 고지식한 부모님의 영향과 나 역시 그 유행 품목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았던 탓에 나는 '그러든지 말든지' 그 시절을 무던하게 보낼 수 있었다.

모두가 축축 늘어지는 천떼기 가방을 메고 다니던 시절, 분홍색 mlb 가방을 둘러메고 학교에 갔었다. 물론 뒤에서 여러 말을 들어야 했다.
쟤는 또 혼자 이상한 거 들고 왔다고.
파리에서 불어과로 전학 온 친구가 교복에 보라색 닥터마틴을 신고 나타났을 때도 다들 수군거렸다.

쟤 뭐냐고.

하지만 딱 두세 달이 지난 후에, 뒤에서 수군거렸던 그 가방의 다른 컬러가 교실에서 보이기 시작했고
닥터마틴 스타일의 신발이 새로운 등교 패션이 되어있었다.

이젠 캐몽(캐나다 구스 +몽클레어)이 새로운 등골 브레이커로 등장했다고 한다.
돈이 있어서 사주건 없는데도 사주건, 애들 다 입는 거 입고 학교에 가는 순간 아이들은 그네들 나름의 계급 놀이를 시작할 것이다.
같은 브랜드여도 소재에 따라 컬러에 따라 디자인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 않은가.

만약 내 아이가, 아직 생기지도 않은 내 아이가 등골 브레이커 짓을 하겠다고 떼를 쓴다면 나는 어떤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비교 불가능하고도 대체 가능한 대안이 있을까?
우리 아빠 엄마가 그러셨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학생 시절, 안 따라 하면 뒤쳐지고 죽을 것 같은 그 유행도 지나고 보면 웃기고 별 것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아는데..

이렇게 나는 초 꼴통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가 보다.


2013년 11월 29일에 개인 블로그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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