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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l 22. 2019

망가진 구두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어린이집으로 병원으로 잠실 롯데타워로 한 바퀴 크으게 돌고 돌아왔더니 구두가 망가져버렸다.
폭염이라더니 지열에 구두 굽이 녹은 것은 아닌지 혼자 말도 안 되는 추측을 해본다.
그래도 마침 집 앞 버스정류장에 내리면서 굽이 도망가 없어졌으니, 이 또한 운이 좋았다 해야 하나.

우리 집 언니를 데리고 구두 수선방에 갔다.
아이는 구두 병원에 왔다고 신이 났다.
구두 병원에서는 이것저것 진단이 많이도 나왔다.
내가 참 험하게도 신고 다녔구나 싶었다.

문득 사람의 몸뚱이도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아끼지 않아서 곱게 좀 대해달라고 아픈 것 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구두도 내 몸도, 잘 고쳐가며 오래 데리고 살고 싶다.
오늘은 허셉틴 8차를 맞는 날이었다.
이제 열 번 남았네.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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