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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l 23. 2019

우리 집 돌팔이 의사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딱히 뭘 먹은 것도 없는데 급체를 했다.
어제는 알레르기 비염 증세가 급격하게 찾아오더니만, 오늘은 속이 쓰리다.
먹은 게 없어서 그랬나.

엄마가 속이 쓰리다며 인상 쓰고 앉아 있자 딸의 손과 발이 분주해졌다.


급하게 장난감 청진기를 가지고 와서 배에 대더니 진단을 내렸다. 근데 이 진단이라는 것이 청진기를 댈 때마다 다르다. 아이들이 쓰는 장난감 청진기는 띡 누르면 소리나 그림으로 진단이 나오거든.
뾰로로롱~ 병명이 랜덤인 거지.

진찰이 다 끝나자 그 작은 손으로 엄마 배를 문지르며 “아가 손은 야똔 엄마 배는 똥배” 라며 노래도 불렀다.

그다음은 손 주무르기.
아이가 배탈이 날 때마다 꾹꾹 눌러주는 혈자리가 있는데, 똑같이 그 자리를 누르며 “엄마 아파?” 묻는다.
“응 아파. 좀 더 눌러봐.”
더 눌러줬다. 양쪽 세 번씩.
그리고 끝.

마지막은 열 재기였다.
장난감 체온계를 못 찾았는지 그 작은 손을 내 이마에 척 얹더니 열이 있단다.
아닌데. 엄마 열 없는데.

주사 안 맞은걸 감사하게 여겨야 하려나.
집에 뽀로로 앰뷸런스가 생겼는데, 그거 안태워줘서 고마워 우리 딸.

우리 집에 돌팔이 의사가 산다.
정말 아플 때 큰 도움은 안되지만, 그래도 손길만은 따듯하다.


엄마는 간호를 받은 거니 병원놀이 실험대상이 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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