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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l 27. 2019

모기도 살겠다고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또 집에 모기가 들어왔나 보다.
남편이 전기모기채를 들고 온 집을 서성이는데 모기는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모기가 있긴 하다.
남편과 아이가 물렸거든.
아니, 남편과 아이만 물리고 있거든.
희한하게도 올여름 들어 나는 한 번도 모기에 물리지 않았다.

언젠가 유방암 환우들 카페에 항암 중인데 구충제 먹어도 되냐는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다.
나는 아이 어린이집 일정에 맞춰 아무 생각 없이 먹어버렸던지라, 먹어봤는데 별 일 없었다는 별 영양가 없는 댓글을 달며 다른 이들의 댓글들을 훑어보다가 항암제로 온 몸 세포들 다 죽으며 기생충도 다 죽었을 텐데 뭐하러 먹느냐는 댓글에 폭소를 했다.
그렇네.

나 뭐하러 먹은거니.

잡히지 않는 모기를 생각하다가 문득 그 글이 떠올랐다.
모기가 항암 중인 내 피를 빨아먹는다면, 모기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어쩌면 모기들이 나만 피하는 건 그 나름의 본능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짜식들. 후각이 좋구나?

혼자 헛생각을 하는 사이,
타다닥 모기 타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남편이 모기를 잡았나 보다.


오늘은 아홉 번째 표적 항암이 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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