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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Jul 30. 2019

너와 함께라면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아이의 어린이집 방학 기간이다.
부모협동조합 어린이집이라 방학이 무려 3주다.
방학 일주일째를 지나고 있다.
우리 집 언니와 같이 병원도 가고 산책도 가고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뭐든 함께 하며 산다.

먹는 양이 늘어난 것도 아닌데 살이 쪘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이것저것 찾다가 요가를 시작했다.
뭐든지 다 있는 유튜브에서 괜찮은 콘텐츠를 찾아냈다.
아침저녁 열심히 따라 하고는 있는데 역대급 막대 몸이 되어서인지 쉽지가 않다. 특히 수술한 쪽 가슴과 절제한 림프절이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

사는데 지장 없다고 너무 무관심하게 방치하고 있었나 보다. 재활도 안 받고 말이지.


집중해서 따라 해도 시원치 않을 텐데 우리 집 언니의 방해가 만만치 않다.
“아 쫌!”
엄마 운동 좀 하자며 온갖 짜증인지 수련인지를 하다 보니 어느새 30분짜리 영상의 막바지.
가부좌로 앉아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이다.
가능한 사람은 이마가 바닥에 닿는다던데 나는 그게 가능한 몸이 아니지.... 라던 찰나, 아이가 등에 업혔다.
짜증이 치솟을 상황인데, 13kg 따뜻한 덩어리가 은근하게 눌러주는 느낌이 생각보다 좋았다.
눌리는 무게에 자연스레 이마도 바닥에 닿았다.

다리 방향을 바꿔 또 같은 자세를 한다.
아이에게 말한다.
“엄마 등에 또 업혀볼래?”

성질내서 미안해.
너와 함께라면 수련이 아닌 난장판이어도 엄마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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