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참 성실한 페이스북이 나에게 1년 전 오늘을 배달해줬다.
아침부터 아이가 짜파게티를 손에 들고 쫓아다니며 아빠 없으니까 아빠 없을때 우리끼리 이거 먹자고 고집을 부렸던 어느 월요일 아침의 기록을 다시 찾아 보여준 것이다.
어린아이가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는지 그 짜파게티 봉지를 볼때마다 달라고 했는데, 그럴때마다 그건 아빠꺼라 아빠 허락 없이는 못먹는다고 둘러댔던 시절이었다.
아빠가 그걸 먹게해줄리 만무하니 아빠 없을때 우리끼리 먹자고 졸랐던 우리집 33개월 어린이.
“엄마 나 컸으니까 항꼬 갈래요.”
오늘 딸아이는 아침부터 학교에 가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아무리 줄여도 끈이 긴, 물려받은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며 어린이집에 갔다.
더 커야 학교에 갈 수 있다고 했더니, 앞으로는 자기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학교라고 했던가.
이미 스스로 다 컸다고 생각하는 45개월 어린이에게 학교에 가려면 아직도 한참 커야 한다는건 또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까 좀 난감했다.
“나 미역국 먹어서 컸어요. 항꼬 갈 수 있어요.”
그러고 보니 암 확진을 받은 지 1년 하고도 1개월이 지났다. 그때는 그냥 어린 아이와 서른다섯 내 처지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표준치료의 끝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지금에야 아이가 자라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1년.
나도 모르는사이에 아이는 지난 시간만큼 자라있었고, 병원 주사실 팔찌에 찍힌 내 나이도 달라져있었다.
오늘은 표적 항암 허셉틴 10차가 있는 날이었다.
그리고 표준 항암치료는 이제 딱 반 년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