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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Aug 18. 2019

함께육아 토크쇼

오늘의 수다

“나 일~등! 엄마 꼴등이지요오오오오”


외출 후 낮잠에서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오늘 외출에서 가장 신이 났던 아이가 엄마를 놀린다. 엄마는 꼴등이라고.


한바탕 즐거운 꿈을 꾼 듯하다.

오늘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된 이벤트에 다녀왔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에서 주최한 토크쇼에 당첨된 것이다. sns를 통해 아빠아빠아빠 콘테스트에 응모한 게 시작이었다.

아이가 아빠를 부르는 영상과 아빠와  뽀뽀하는 영상을 찍어 공유를 하는 이벤트였는데, 소소하게 참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콘테스트에 응모한 사람들 중 20가족을 초대해 토크쇼를 연 것이니, 대충 토크쇼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빠도 같이 하는 “함께 육아”


항암 탈모 이후에 머리가 곱슬로 나고 있어서 몇 주 전부터는 외출할 때마다 젤을 발라 정돈을 하고 있는데, 오늘은 좀 과하게 발렸다. 평소 같았으면 짜증부터 냈을텐데, 오늘은 영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온가족 외출이라 기분이 아주 많이 좋았거든.

사실 새벽부터 복통이 찾아와서 잠시 긴장을 하긴 했지만 룰루랄라 주말 외출을 앞둔 사람의 설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일찍 도착했다. 앞에서부터 앉아달라길래 맨 앞에 앉았다.

행사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놀라움이었다.

행사장에 평상이 깔려있는 저 풍경이라니!


대통령 직속기관이니 어딘가에 협찬을 받아 가져다 놨겠거니 했는데, 스태프들이 주고받는 소리를 들으니 그것도 아니었나 보다. 밤새 조립을 했다고.

스무 가족밖에 초대를 못한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됐다.


폭신한 담요

충분히 준비된 아이의 놀잇감

 친절한 스태프들

아이들이 놀아다니고 울고 떠들어도 크게 죄송하지 않아도 되는 행사 환경

익히 알고 있었던 정책들

공감

센스 넘치는 진행자들.

아이 낳고 키우는 이야기로 1시간 20분이라는 그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외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아이와 낮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오늘의 외출이 마치 재미있었던 꿈이었던 듯 아득하다.


“빤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오늘 참 잘 다녀온 것 같아.” 남편이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적어도 정부의 육아 정책기조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조금이라도 변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었잖아.”


그랬구나. 우리는 같은 생각을 했구나.

나는 하나를 더 생각했는걸.

당신이 회사에 뼈를 갈아가며 일을 하고, 내가 독박 육아로 찌들어가던 그 시절에도 당신이 그 나름 노력하고 또 노력했던 좋은 아빠였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근데 있잖아, 나는 아빠가 육아휴직을 당당하게 쓸 수 있는 집 엄마들이 아직도 많이 부럽긴 해.



주말 내 생각을 정리하여 다음 주부터는 독박 육아 독박 투병 5년 차 엄마의 입장에서 “육아 양립과 보육정책”에 대해 글 수다를 풀어볼까 합니다.

네 맞아요.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스스로에게 글을 쓰게 하기 위해 주는 채찍 같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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