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아이랑 감기와 몸살을 주고받은 지 4주가 넘어간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몸에 쏟아 넣으며 회복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잘 안 듣는 듯 듣는 듯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아프다 회복할 즈음 아이가 아프고, 아이가 회복할 즈음 내가 다시 아프기를 반복한다.
그제 다녀온 이비인후과에서는 이런 경우엔 보통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데, 스테로이드는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항암 중인 환자라 걱정된다며 쓰던 항생제를 더 써보기로 했다.
사실 항암 중인 환자는 감기에 걸리면 무조건 항생제를 써야 한다. 그냥 두면 낫는 감기라지만, 그냥 낫지 않는다. 항생제를 잘 챙겨 먹었는데도 회복은 더디고, 영양제 수액을 맞아도 골골대고 더 맞기엔 혈관들이 너무 숨었다.
별 차도 없이 돌아오는 주에 또 항암이다.
이번엔 내가 몸살로 몸져누웠다. 아빠 없이 엄마랑 둘이 있는 시간, 배가 고프고 심심했던 아이는 혼자 바나나랑 우유를 찾아 먹었다. 남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아이가 참 기특하고 철이 일찍 들었다는 칭찬을 해주던데, 난 볼수록 짠하고 미안하다.
보상심리인지, 혼자 챙겨 먹고 잘 놀던 아이는 내가 일어나자마자 아빠가 냉장고 위에 숨겨놓은 버섯 초코(초코송이)를 꺼내 달라고 성화였고,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난리를 했다.
마침 친정아빠 가시고 처음 맞이하는 생신날이라 낮에 아이를 데리고 현충원에 다녀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줬는데, 그래서였을까, 내가 좀 정신을 차리니 또 아이가 아프다.
“지금은 약을 먹었으니까 우리 두 시간만 기다려보자. 자다가 그래도 너무 힘들면 엄마 아빠 깨워. 응급실 가자고. 알았지?”
자고 일어나면 안 아플 테지만 그래도 지금 이비티(아이말로 응급실)에 가자는 아이를 끌어안고 달래며 재웠다.
제발 이 밤을 무사히 넘기기를. 제발 이 밤이 지나면 아이의 말대로 안 아프기를.
너도 엄마도, 모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