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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Oct 11. 2019

혈관 찾기

아기 엄마의 투병 일기

“엄마 내일은 벼언에 가서 꼭 주사 맞고 약 먹고 와아. 그럼 나을 거야. 알아찌?”

갑자기 감기 증세로 콧물을 훌쩍거리고 눈을 비벼대는 내 옆에서 아이가 제법 진지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엄마 내일 꼭 병원 가라고.

그렇지 않아도 병원에 가야 했다.
심장기능 검사를 해야 하거든.

“엄마 오늘 꼭 벼언 갔다가 와아.”
아침부터 확인을 해서, 엄마 오늘 병원 가는 날이라고 잘 다녀오겠다고 몇 번이고 대답을 해줘야 했다.

사실 아이가 당부를 한 목적과 내가 지금 이곳에 앉아있는 목적은 다르지만, 어쨌든 엄마는 병원에 왔으니 약속은 지킨 셈이라 혼자 생각해본다.

심장기능 검사를 하려면 두 번의 주사를 맞아야 한다. 방사능 주사와 그 주사액이 심장에서 잘 보이게 하는 주사라고 했던가.
오늘은 그나마도 손등에 맞았다.
한쪽 팔로만 주사를 맞으니 오른쪽 혈관이 숨었다고 했다.
혈관 좋아지라고 콜라겐에 마늘을 그렇게나 먹었는데 별 소용이 없었나 보다.

괜스레 울적해서 손등에 밴드 붙인 게 무슨 훈장인양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냈다.

혈관이 숨어서 손등에 주사 맞았다고.

그래 이런 유세라고 떨어야 살지.
사실 발등에 맞은 것 보다야 훨씬 덜 아팠다.
그렇긴 한데..
오늘 하고 가야 하는 피검사 채혈은 또 어떻게 하려나 걱정이 늘어버렸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이웃이 마지막 심장검사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는 앞으로 한 번이 더 남았으려나.
아드리아마이신 항암을 할 때는 항암제의 잔여감이 미칠 듯 괴로워서 이것만 지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이 심장검사 주사의 냄새가 뇌리에 남아 불편하다.

그래도 뭐.. 이 또한 지나가겠지.
혈관도 숨었는데 무슨 영양제를 맞겠어.


혈관아 혈관아 헌 집은 없고 뭘 드려야 올라오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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