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아이와 남편과 함께하는 평온한 주말 오후... 는 아니고.
아이가 일주일 내내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아침마다 울었다.
발단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조용히 쉬아 실수를 한 것이었는데,아이의 말로는 선생님이 “부끄럽다.” 했다고 한다.
아이의 마음이 상한 포인트는 선생님이 나를 부끄럽다고 했고, 이는 내가 듣기에 좋은 말이 아니니 혼낸 것이고, 고로 나는 선생님이 무서워서 어린이집에 못 가겠다는 데에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아이는 내내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했고 목이 아프다고도 했고 다리가 아프다고도 했지만, 나와 찰싹 붙어 보낸 일주일 동안 아이는 잘 먹고 잘 놀고 횡단보도를 건널때마다 목청껏 노래도 부르며 잘 지냈다.
“일단, 나들이 전에 화장실을 다녀오지 않아서 실수를 한 건 칭찬받을 일이 아니야. 그리고 선생님은 네가 부끄럽다고 하신 게 아니고, 언니가 그런 실수를 한 그 행동이 부끄러운 거라고 말씀하신 걸 거야.”
어르고 달래고 알려주고 설득을 하자 아이는 그다음 불만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어린이집 언니 오빠들에게 들은 말 하나 하나가 마음 깊은 곳 어딘가에 있다가 다 폭발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아이와 함께 했다.
마음을 보듬어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날, 하필 미세먼지도 좋지 않았던 금요일 나들이에서 나는 목감기를 얻었다.
토요일의 첫 일정이라는 것이 이비인후과 진료였다.
나는 진찰을 받고 아이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10월 안에 접종시킨다는 걸 잊고 있다가 병원에 들어가서야 생각이 났다. 엄마가 진료받는 걸 구경할 생각에 잔뜩 신이 났던 아이 입장에서는 날벼락도 그런 날벼락이 없었겠지.
심통이 잔뜩 난 아이와, 아침부터 혼자 나가 골프 연습을 하신 남편과 마주 보고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아점은 어떻게 해결할지를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아니다.
남편과 같은 직군에 종사하는 어떤 이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더라는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던가. 연봉을 더 많이 주더라도 몸을 생각해야겠다고 했던가. 건강을 챙겨야겠다고도 했던가.
그때, 주사 맞게 만든 엄마가 마냥 미워서 아빠 옆에 찰싹 붙어있던 딸이 아빠의 외투 주머니에서 네모 납작한 무언가를 꺼냈다. 아이는 사탕인 줄 알았던 것 같고, 남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전자담배 카트리지였다.
급하게 회수하려는 남편의 손보다 내 손이 조금 더 빨랐다. 그리고 아빠 주머니에서 무언가 맛있는 걸 찾아내려는 고사리손도 생각보다 민첩했다. 하나가 더 나왔다.
기계는 어디에 있냐 물으니 고장 나서 버렸다나.
이번에 세 번째라 짚어주니 두 번째라고 우기던데.
두 번째고 세 번째고, 호흡기가 약한 나와 결혼을 하기 위해 평생 금연을 약속한 사람이 이게 지금 뭐 하는 건지.
나도 아이도 호흡기가 약하다.
두 번째 담배에 걸렸을 때, 나에 대한 애정이야 이미 식어 없어져 생각이 없다 쳐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담배만큼은 피우지 말아 달라 그렇게 부탁을 했건만 그는 또 귓등으로 흘려 들었나 보다.
목감기에 몸살이 겹쳤다. 일주일 내내, 아이와 꼭 붙어있었더니 정신까지 지쳐버렸다.
아이는 독감 예방접종의 영향인지 저녁도 먹지 않고 시름시름 앓으며 잔다.
이 밤, 그는 그의 어머니에게 갔다.
“아빠 나 놔두고 어디가? 나도 데리고 가.”라는 아이에게 그는 저녁만 먹고 금방 오겠다고 했던가.
살아온 것들에 대해 회의가 드는 밤이다.
내가 미쳤지..
2019년 11월
정제되지 못한 글 죄송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