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야! 남편은 뭐하고? 뒀다 국 끓여먹게?”
왜 서울대병원으로 가지 않느냐는 친구의 취조인지 질문인지에 대답 중이었다.
왜 혼자 병원을 오가며 치료받을 생각을 하느냐는 친구의 답답함이 터진 것이다.
“회사 좀 휴가 내라고 해.”
“야 올해 이직했는데 어떻게 그러냐. 여기가 캐나다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씁쓸했다.
신랑은 전형적인 흙수저 직장인이다.
호기롭게 회사에 와이프 병간호해야 한다고 휴가 낼 처지가 못된다.
그 사람에게는 하루하루가 우리 가족과 자신의 수명연장을 위한 전쟁 터라는 걸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사실 곁에 있으면 그 찡그린 얼굴 꼴도 보기 싫어 짜증을 낼 테지만, 그래도 휴가를 내서 아이와 함께 있어준다면 나야 한결 마음 편하고 좋겠지.
사실 남편에게 휴가를 요구하거나, 알아서 길게 휴가 잘 잡아 옆을 지켜주는 집을 보면 늘 부러웠다.
하지만 내게는 꿈만 같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만 2살 난 우리 딸은 어린이집에서 냐냐니(아이말로 선생님)와 놀고 있겠지. 때로는 친한 이모 손에 하원 해 그 집에서 더 놀다가 잠이 들지도 모르고, 어쩌면 어린이집 시간연장 가장 마지막 시간까지 남아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고비를 우리 세 식구 함께 잘 지나고 나서, 부디 잘 견뎌낸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나 쟤나 너나 모두 힘들잖아.
자. 그러니 우리, 빨래건조기를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