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긴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던 길이었다.
아이가 오늘은 꼭 어묵을 먹어야겠다며, 우리 동 앞에 있는 떡볶이 트럭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하필 비가 쏟아지는 저녁이었다.
결국 아이는 천 원짜리 한 장 손에 들고 룰루랄라 발걸음도 가볍게 그곳으로 향했다.
“떠꼬기 할머니!
이거 주세요.
추워서 이게 먹어야 해요.
떠꼬기 할머니. 나 이제 커서 병설 우치원 가요.
우치원 가면 친구들 아주 많이 생겨요.
떠꼬기 할머니 돈 벌러 나온 거예요?
할머니! 비 오면 추워서 감기 걸리니까 비 오면 나오지 마요. 나 걱정해요.
할머니. 추우니까 감기 걸리면 안돼요.”
종알종알 종알종알.
아이 덕에 나도 한 꼬치 입에 물고 뜨신 어묵 국물로 마음까지 축축한 몸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오늘은 비가 봄비처럼 내리는 1월 초, 네 개의 검사가 있는 날이었다.
아이는 가정보육 중이라 당연히 병원에 동행을 해야 했고, 운 좋게도 친정엄마 찬스로 모녀 3대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장장 다섯 시간이 넘게 병원에 있었다.
검사 중 가장 긴 시간이 소요되는 심장기능 검사 차례였다.
아이는 할머니와 대기실에 앉아있고, 나는 첫 번째 주사를 투입하고 검사실 앞에 앉아 다음 방사능 주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자원봉사 중입니다.”라는 경쾌한 인사와 함께 음료 카트가 핵의학과 안으로 들어왔다.
주스 한 잔을 가지러 갈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멀리서 내 아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오렌지주스 주세요.
하나 더 주세요. 할머니도 있어요.”
쪼그만 어린애가 한 손에 종이컵을 받아 들고 연신 등 뒤로 손가락질을 하며 더 달라고 하는 게 눈에 어찌나 잘 보이고 잘 들리던지.
혹시 엄마가 심부름을 시키신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고 음료 카트를 보고 주스 마시겠다고 가서는 시키지도 않은 것까지 챙겼다고 했다. 하긴, 아픈 엄마를 따라 병원에 오가면서 저 카트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오늘은 마지막 심장검사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전혀 기대도 하지 않았던 시립어린이집으로부터 3월부터 등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이 왔고,
우리는...
여전히 한 치 앞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새끼는 쑥쑥 크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말이 뇌리에 맴맴 도는 밤이다.
2020년 1월
우리집 어린이는 만49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