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표준치료를 마친 기념으로 외식을 했다.
너도 나도 우리도 고생 많았다며 서로를 칭찬하던 중이었다.
느닷없이 남편에게 물었다.
“근데 있잖아. 내가 암이라는 말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었어?”
궁금하기도 했고, 거의 대부분의 치료 여정을 나 혼자 감당해야 했던 것에 대한 분노도 사실은 좀 있었다.
“어... 어... 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가 입을 뗐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그랬었어.”
외면한 게 아니라 뭘 해야 할지 생각조차 힘들었던 거구나,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아픈 와이프에 어린 딸 건사하느라 고생했어.
고마워.”
또다시 말없이 앉아 음식을 먹다가 내 모습이 보였다. 겉모습만 보면 누가 봐도 나는 암환자가 아니다.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오는구나.
힘드네 죽을 것 같네 징징댔지만, 사실 이 시기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지나왔다. 지나고 나서야 내가 어떻게 그 세월을 살았나 싶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문득, 사람 많은 식당 한가운데 앉아 도란도란 지나가는 시간이 마치 시간에 이스트를 넣은듯했다.
2020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