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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Feb 01. 2020

다시는 오지 마세요.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안녕히 계세요.”
항암주사실 안에서 커튼을 걷고 나오며 인사를 했다.

사실 안에서부터 주책없이 눈물이 났다.
이번 주사가 유난히 아프기도 했고,
사실은 이게 마지막 주사여서 이기도 했다.
하, 이제 끝났다.
앞으로도 병원에 올 일이 수두룩 빽빽하지만, 그래도 적어도 표준치료는 끝났다.
언젠가는 끝나겠지 여겼던 그 1년 3개월이라는 시간이 결국엔 끝이 났다.
그동안 나는 두 가지의 약제로 스물두 번의 항암을 했고, 열아홉 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았고, 아버지를 잃었다.
네 살이었던 우리 집 언니는 여섯 살 어린이가 되었고, 나는 어느새 서른여덟 살이다.

눈이 벌게져 울면서 주사실 밖으로 나가는 나에게 누군가 말했다.


“다시는 이런데 오지 마세요.”


네..
다시는 가지 않을게요.



오늘은 표적 항암 허셉틴 18차가 있던 날이었다.

주사는 유난히도 아팠고,
골반뼈는 마디마디 멍든 듯하여 저 복도를 절으며 걸어 나왔고,
그 큰 병원은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재난영화를 보는 듯했으며,
내가 병원에 다녀오는 동안 우리 집 어린이는 우리 집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과 함께 지인의 집에서 신세를 졌다. 언제나처럼. 별다를 것 없이.



2020년 1월 31일


+,덧붙이는 글

그 크고 복잡한 병원이 그렇게 꼼꼼하게 통제가 된다는 것에 참으로 놀랐습니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어디든 빈틈이야 있겠지만, 온 마음을 담아 병원 관계자 분들의 무사 안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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