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임시보호> 장래희망, 남의 집 강아지

오늘의 수다

by 상지

치와가 집에 갔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더니 정말 허전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산책을 다녀온 치와는 또 가만히 쿠션 위에 누워있었다.

목욕시키면 시키나 보다,

밥을 주면 주는가 보다,

웬일인지 얌전하고 차분했다.

날씨가 추워 옷 두 겹을 껴입히고 짐을 챙겨 친구네 집으로 갔다.

주차 공간이 좁아 짐과 아이와 치와를 먼저 내리고, 주차를 다시 하는 중에도 치와는 짖지 않았다.



빨리 문을 열라며 현관문을 벅벅 긁던 치와를 반겨준 건, 2주 만에 만난 주인과 남의집살이 2주 동안 살이 피둥피둥 오른 웰시코기 형아였다.

앞서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친구는 치와를 데려오기 전부터 유기견 웰시코기 수컷을 임시보호하고 있었다.


유기견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단체가 생각보다 많다.

견종별로도 있고, 지역별로도 있다고 들었다. 친구네 웰시코기가 어느 단체에 소속된 강아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 소속이 있는 유기견이어서 임시 보호자가 집을 비울 동안 수컷 웰시코기는 다른 집에서 보호를 받았다. 이 녀석, 얼마나 잘 먹고 지냈는지 옆으로 두 배가 커져서 돌아왔다. 이젠 덩치로는 치와의 4배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웰시 형아는 주인을 보자 달려들어 왜 이제야 오느냐며 원망을 쏟아냈다고 한다.

분명 그렇게 반겼는데, 집으로 돌아가자 하니 안 가려고 했다나.

주인이 온건 반가우나 나는 이 집이 더 좋다는 것일까.

친구는 "우리 집 강아지들은 장래희망이 남의 집 강아지라서 그렇지 뭐." 라며 말 끝을 흐렸다.


만나자마자 다시 서열정리중


역시나 장래희망이 남의 집 강아지인 치와는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가....

남의 집 살이 2주 동안 덩치가 더욱 커 진 웰시코기 형아와 가열하게 싸웠다.

입을 한껏 벌려도 웰시코기의 털 한 줌도 못 물면서 대들긴 또 끊임없이 대든다.

그리고 장래희망이 남의 집 강아지인 치와는, 오늘 집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내게 안기지 않았다.



“애 안 울었어? 치와는 안 울고 잘 갔고?”

퇴근해 돌아온 남편이 물었다.

그 역시 일주일간 치와가 자리했던 그 자리가 허전하다고 했다.

그의 걱정과 예상이 무색하리만큼 우리 집 언니는 당연하다는 듯 치와를 두고 나왔다.

그리고 치와 역시 헤어지는 순간에 조금 끙끙댈 뿐 금세 주인의 품에 안겨 얼굴을 비볐다.


그 모습이 나는 계속 마음속에 남았다.

이 녀석들은 이렇게 사는 법을 터득했구나 싶어 더욱 마음이 씁쓸했다.

마치, '누구든 지금 나에게 밥 주고 재워주면 그곳이 내 집'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서 더욱 그랬다.

사람도 상처가 깊어지면 그걸 덮고 덮으며 적당히 타협해 나를 보호하며 사는 것처럼, 친구네 두 유기견들도 그런 것 같았다.


부디 두 녀석 모두 평생 함께 갈 좋은 주인을 만나길 기도한다.


안녕 치와.





이 글을 완성한 후로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친구네 집에 있던 웰시코기와 치와는 각각 새로운 주인을 만나 임시 거처를 떠났다.
친구의 바람처럼 식구 많고 마당있는 좋은 집으로 가게 됐다고 한다.
우리집 어린이는 지금도 치와 같은 작은 종의 강아지를 볼때마다 "치와 삼촌동생이다."라고 말을 하곤 한다. 참 오래 간직할 기억이 되었다.

두 녀석들이, 어디서건 다시는 버림받지 말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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