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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02. 2020

엄마 응급실 가자

대환장 파티-코로나 19

자려는데 아이가 일어나 못 알아들을 말을 했다.
한참을 들으니, 가래를 뱉겠다는 뜻이었다.

...
가래...  시기에 가래라니.

아이는 계속 목이 아프다며 3 병원 응급실에 가야겠다고 버티기 시작했다.
하필 며칠 전 퇴근길에 가래기침을 온갖 곳에 하고 다니는 사람과 같이 버스에서 내렸다는 남편도 열이 애매하게 오르고 내리는지라 순간 겁이 났다.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다.
늦은 밤까지 수고가 많으시다고 운을 뗐다.
(사실이니까)
이미 너무나 지친, 너무나 착실한 목소리가 응대를 했다.

51개월 아이가 미열이 있고 가래가 나와요.
남편은 열이 나고요.
저는 지난달에 항암을 마친 중증환자예요.
너무 무서워서 그러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정도 상황도 너무나  알겠지만, 지금은 불안해하는 모든 관내 시민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해   없다고 했다.
 못해주냐 물으니... 재원이 없다고 했다.

재원은  없느냐  묻지 못했다.
 없긴,  동네에 자가격리 대상이 많으니 없겠지.

그럼 일단 로컬 병원을 가고 그러고도 증상이 의심스러우면 어떻게 하느냐 물으니, 그땐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자신들도 지침이 계속 바뀐다고.

...

아이는 계속 목이 아프다며 떼를 썼다.
명절 연휴에도 쉬지 않는 의원도 문을 닫았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긴  겨울에 나갔다 오기엔 열도 없고, 사실  그렇다.
아이는 계속  병원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우기지만,  상태로 가면 병원균만 잔뜩 옮고 퇴짜 맞고 돌아올게 뻔하다. 게다가 격리병상이 모자라 그간 막아뒀던 다른 대형병원들까지 수용을 해야 한다고 하는 마당이니, 아이나 내가 아프면   있는 곳이 없겠다 싶어 눈물이 났다.

...

아이는 스스로 마스크를 찾아 쓰고 자러 들어갔다.
나는...
혹시 모를 때를 대비해 그간 돌아다닌 곳들이나 적어놔야겠다.

근데...

어쩌면  며칠 집안이 엉망이어서 아이의 호흡기가 안 좋아진  일지도 모르겠다.
외출을 제대로 못하니 거실은 치워도 치워도 난장판이고, 오늘은 답답함이 정도를 넘었는지 아이가  발로 뛰어다니는 놀이를 했었다...

네. 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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