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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04. 2020

무엇을 위한 개인정보보호인가

대환장 파티-코로나 19

관내 세 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나오자 작은 동네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동선을 보니 아이 아빠인 것 같다.
아이가 몇 살일까.
관내 어느 기관에 다닐까.

초기 확진자가 이용한 택시의 운전자가 감염이 되자, 옆 도시 안양시는 확진자의 손주가 다니는 보육 기관명까지 밝히며 소독 및 추후 조치를 안내했었다.
여기도 당연히 그렇게 할 줄 알았다.

아침부터 시청과 보건소에는 민원전화가 빗발쳤나 보다. 사람들은 따지고 물어 알게 된 사실을 인터넷상에 공유했고, 그렇게 하나 둘 정보를 획득했다.
이런 걸 집단 민원의 힘이라 해야 하나.

남편도 그 민원인 중 하나였다.


“3번 확진자가 아이 둘 아빠라는데, 개인정보 보호 때문에 어느 기관에 다니는지 알려줄 수 없다고 그랬대.”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개인정보 보호는 그렇게 적용하는 게 아니라며 갑자기 직업병이 발동했다고 한다. 혹시라도 개인정보를 운운하면 하나하나 세세하게 따질 생각이었다고 했다. 그렇게 짬을 내어 비장하게 전화를 걸었는데, 순순히 알려주더란다.
큰아이는 방학중이라 신경 안 써도 되고
작은아이는 관내에 있는 기관에 다니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아이는 미취학 아동이고, 그 집 아이는 관외 기관에 다닌다 하니 딱히 더 확인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 우리집 남자는 그렇게 통화를 끊었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다 다르니까. 그럼 관외 어느 어린이집이냐 물어본 주민들이 있었나 보다.
자신들도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ㅅㅊㅈ 자체 교육기관에 다니더라고 했다나.

내가 교회 유치원을 다녔던 것처럼 그들도 그런 기관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또다시 물음표는 도돌이표를 달고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관내에 있는 비인가 기관인 건가?
관외에 있는 기관인 건가?
거기는 인가인가 비인가인가?...

이슈는 또 빠르게 돌아 그날 오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 이만희 씨가 차고 나온 박근혜 시계로 넘어갔지만, 나는 그 후로도 한동안 머리가 지끈거렸다.
대체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란 말인가.
확진자가 다녀간 약국을 알려주지 않아 인근 지역 약국들이 전부 의심을 받았고,
확진자의 자녀가 다니는 기관을 밝히지 않아 관내 어린이집들이 곤욕을 겪었다.



이 좁은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안을 감수해야 했다. 서로 조심하고 투명하면 될 일인데.
무슨 서스펜스물 찍는 것도 아니고.
그냥 처음부터 어느 약국 어느 유치원이라고 알려주고 임시 폐쇄하고 방역했다고 알려주면 모두가 편할 것을.

정말이지, 이러다 전염병 전에 정신병에 먼저 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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