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엄마 책 읽는 거 독사진 한 장만 찍어줘.”
아이에게 사정사정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디 책 읽는 독사진뿐이랴.
그냥 엄마 독사진 한 장을 안 찍어주더라.
처음으로 엄마랑 단 둘이 바닷가 여행을 온 우리 집 여섯 살 언니는, 바다 놀이 삼매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나는...
아이가 내 옆에서 꽁냥꽁냥 노는 모습을 보다가
책을 보다가
낮잠을 자다가
그렇게 해변에서 아이와 둘이 시간을 보내다가
그러다 또 한 번 사진 좀 찍어달라고 해보고
또 거절당하고.
나는 가끔 바닷물 셔틀 해드리고
그러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도 꿈결 같은 시간이었고,
그때 생각해도 꿈결 같았다.
마치 정현종 시인의 표현처럼, 시간에 이스트를 넣은 듯 말이다.
“시~러 메~롱”
아이에게서 또 거절을 당했다.
흥!
네가 안 찍어주면 내가 찍는다 뭐!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다를 배경으로 예뻐 보이는 각도를 찾아 이리저리 핸드폰과 고개를 까딱거렸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어서 사진이 잘 찍혔나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가방 안에 넣어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짐과 사진을 정리하다가,
이날 송정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표적항암제인 허셉틴까지 표준치료를 마친 지 4개월이 지났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지금 어떠한 삶의 모양에 있더라도
결국 시간은 다 지나가
새로운 삶의 모양으로 나를 안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겨울, 하필 아이 생일날 항암 탈모가 찾아왔었다. 그때 아이는 세 살이었다.
1년이 넘는 항암치료를 받았고,
전신 항암을 마친 후로 조금씩 머리가 나기 시작해
표적 항암을 마치고 4개월이 지난 현재의 나는,
그냥,
곱슬 단발머리 아이 엄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