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https://brunch.co.kr/@mintc/195
그 미용사의 말이 맞았다.
머리가 자라니 제법 멋스럽다.
꼭 친정엄마가 80년대 초반에 찍으신 사진에 있던 그 헤어스타일 같달까.
드라이를 좀 잘하면 더 볼만할 것 같은데, 손재주가 없는지라 대충 말리고 적당히 질끈 묶어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묶인다.
길이가 애매하게 짧아서 머리를 묶으면 앞머리와 뒷머리가 덥수룩하니 어색할 뿐.
머리가 새로 나며 모질은 바뀌었는데 이마를 덮으면 답답해 못 견디는 성미는 그대로라서, 한동안 헤어핀을 사서 앞머리를 정리하곤 했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온갖 방법을 고민하다가 생전 해 본 적 없는 헤어밴드를 생각해냈다.
아이랑 밤마실을 나가 헤어밴드를 하나씩 머리에 올리고 집에 왔다. 짧은 곱슬 단발에 밴드를 두르니 모양새가 영 볼품없다. 그래도 이마와 뒷머리는 시원하니 기분은 아주 좋았다.
3천 원의 행복이랄까.
가뿐하게 머리를 헤어밴드로 들어 올리고 요가를 하다가,
머리가 아기새 털 나듯이 나오던 때의 감격과
머리가 새까맣게 올라왔을 때의 설렘과
머리가 곱슬이어서 당황했던 그날과
머리가 뒤로 묶이던 날의 환호가 생각나 눈물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