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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y 24. 2020

3천원의 행복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https://brunch.co.kr/@mintc/195


그 미용사의 말이 맞았다.

머리가 자라니 제법 멋스럽다.
꼭 친정엄마가 80년대 초반에 찍으신 사진에 있던 그 헤어스타일 같달까.
드라이를 좀 잘하면 더 볼만할 것 같은데, 손재주가 없는지라 대충 말리고 적당히 질끈 묶어버리기 일쑤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묶인다.
길이가 애매하게 짧아서 머리를 묶으면 앞머리와 뒷머리가 덥수룩하니 어색할 뿐.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가 찍어준 사진. 머리 모양새가 포인트.


머리가 새로 나며 모질은 바뀌었는데 이마를 덮으면 답답해 못 견디는 성미는 그대로라서, 한동안 헤어핀을 사서 앞머리를 정리하곤 했지만 여전히 불만족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온갖 방법을 고민하다가 생전 해 본 적 없는 헤어밴드를 생각해냈다.

아이랑 밤마실을 나가 헤어밴드를 하나씩 머리에 올리고 집에 왔다. 짧은 곱슬 단발에 밴드를 두르니 모양새가 영 볼품없다. 그래도 이마와 뒷머리는 시원하니 기분은 아주 좋았다.

3천 원의 행복이랄까.
가뿐하게 머리를 헤어밴드로 들어 올리고 요가를 하다가,
머리가 아기새 털 나듯이 나오던 때의 감격과
머리가 새까맣게 올라왔을 때의 설렘과
머리가 곱슬이어서 당황했던 그날과
머리가 뒤로 묶이던 날의 환호가 생각나 눈물이 쏟아졌다.


3천원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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