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지 Mar 13. 2019

성형외과 협진.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성형외과 협진 외래가 있는 날이다.
전절제 후에 배에서 떼어낸 걸로 붙일지 등에서 떼어낸 걸로 붙일지 뭐 이런 거 얘기 듣고 나오면 되는 건 줄 알았다.

내 나이와 상황, 가슴 크기와 모양을 본 교수가 말했다.
출산을 더 할 수 있어서 배 조직을 이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배 조직을 이용한 재건술은 수술이 꽉 차서 올해 안에 불가능하다고. 등 조직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흉이 남으며 한동안 몸이 매우 불편할 수 있다고. 그러니 보형물을 넣자고.

보형물은 싫다고 강력 주장을 하여 등조직을 이용한 재건술을 계획하고, 혹 보형물로 생각이 바뀌면 입원하는 날 이야기하기로 하고 방을 나왔다.
보형물을 이용한 수술은 시간이 짧게 걸리기 때문에 전 날 말을 해도 된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수술 일정 조정을 하러 상담실로 갔다.
말이 달랐다. 자가조직 재건은 불가하다고 차트에 적혀있다고 했다.
MRI 사진 띄워놓고 이리저리 재봤던 건 뭐였단 말인가 싶어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잡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걸 차트에 적어 놓은 건 교수가 아니라 그 옆에서 타이핑 치던 의사 아니냐고. 나는 다른 방향으로 교수와 이야기를 끝냈다고. 그러니 일단 자가조직 재건술로 일정을 잡아달라고.

이런 말들을 들어야 했다.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수님이 그동안 병원에 안 계셔서 두 달 뒤에 가능하다고.
아프고 힘들고 흉 남겨가면서 재건 뭐하러 하냐고.
가슴이 아주 크고 처진 게 아니면 한쪽 전절제 상태로 살아도 이상 없다고.

(아놔 -.-“)

일단 두 달 뒤로 날짜를 잡고 나왔다. 유방외과에서 두 달 뒤까지 기다려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소파에 앉아 한참을 씩씩거렸다.
왠지 모르게 분하고 서글펐다.

왜 나는 쉽고 순탄하게 진행되는 게 하나도 없을까.
내 몸뚱이를 칼로 난도질하는 건데 왜 내 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걸까.
의술도 좋고 장비도 좋고 약도 좋고 자가조직을 이용한 재건도 가능하고 잘한다는 큰 병원으로 일부러 찾아왔는데 이 상황은 뭔가.
혹시 수익 때문에 그러나.

결론은 병원쇼핑.
집에서 3차 병원에서 서둘러 수술하고 치료하려던 계획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하여간 인생이라는 놈 참..
멀리 있는 병원을 찾아다닐 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곤하다. 하지만 내가 납득할 수 있고 믿고 결정하고 따라갈 수 있다면 어디라고 가야겠지.
내 딸이 아직 어리니까.
저 아이 때문에라도 나는 잘 치료받고 재발 없이 잘 살아야 하니까.


<유방 복원술>


확장기와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재건술 +유두 유륜
총 1천만 원 정도 예상
수술시간은 2시간이 못되나, 확장기를 하고 있는 동안 물을 채우러 매주 내원해야 하고 총 4번의 과정을 거쳐 마무리됨.
보형물은 영구하지 않아 사는 동안 바꿔줘야 함.

자가조직(등)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유두 유륜
총 7-800만 원 정도 예상
수술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유두 유륜까지 두 번, 가슴 모양 다듬는 작업까지 하게 되면 세 번.
(다듬는 작업은 보험대상이 아니라고 함)

일단 수술 일정이 급해서 보형물을 삽입했다가 자가조직으로 재건하는 경우, 후자는 비보험임.
단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추가 수술의 필요성이 입증되면 보험적용이 됨.


매거진의 이전글 비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