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성형외과 협진 외래가 있는 날이다.
전절제 후에 배에서 떼어낸 걸로 붙일지 등에서 떼어낸 걸로 붙일지 뭐 이런 거 얘기 듣고 나오면 되는 건 줄 알았다.
내 나이와 상황, 가슴 크기와 모양을 본 교수가 말했다.
출산을 더 할 수 있어서 배 조직을 이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고. 배 조직을 이용한 재건술은 수술이 꽉 차서 올해 안에 불가능하다고. 등 조직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리고 흉이 남으며 한동안 몸이 매우 불편할 수 있다고. 그러니 보형물을 넣자고.
보형물은 싫다고 강력 주장을 하여 등조직을 이용한 재건술을 계획하고, 혹 보형물로 생각이 바뀌면 입원하는 날 이야기하기로 하고 방을 나왔다.
보형물을 이용한 수술은 시간이 짧게 걸리기 때문에 전 날 말을 해도 된다고 했다.
점심을 먹고 수술 일정 조정을 하러 상담실로 갔다.
말이 달랐다. 자가조직 재건은 불가하다고 차트에 적혀있다고 했다.
MRI 사진 띄워놓고 이리저리 재봤던 건 뭐였단 말인가 싶어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잡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걸 차트에 적어 놓은 건 교수가 아니라 그 옆에서 타이핑 치던 의사 아니냐고. 나는 다른 방향으로 교수와 이야기를 끝냈다고. 그러니 일단 자가조직 재건술로 일정을 잡아달라고.
이런 말들을 들어야 했다.
그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교수님이 그동안 병원에 안 계셔서 두 달 뒤에 가능하다고.
아프고 힘들고 흉 남겨가면서 재건 뭐하러 하냐고.
가슴이 아주 크고 처진 게 아니면 한쪽 전절제 상태로 살아도 이상 없다고.
(아놔 -.-“)
일단 두 달 뒤로 날짜를 잡고 나왔다. 유방외과에서 두 달 뒤까지 기다려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소파에 앉아 한참을 씩씩거렸다.
왠지 모르게 분하고 서글펐다.
왜 나는 쉽고 순탄하게 진행되는 게 하나도 없을까.
내 몸뚱이를 칼로 난도질하는 건데 왜 내 의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걸까.
의술도 좋고 장비도 좋고 약도 좋고 자가조직을 이용한 재건도 가능하고 잘한다는 큰 병원으로 일부러 찾아왔는데 이 상황은 뭔가.
혹시 수익 때문에 그러나.
결론은 병원쇼핑.
집에서 3차 병원에서 서둘러 수술하고 치료하려던 계획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하여간 인생이라는 놈 참..
멀리 있는 병원을 찾아다닐 일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곤하다. 하지만 내가 납득할 수 있고 믿고 결정하고 따라갈 수 있다면 어디라고 가야겠지.
내 딸이 아직 어리니까.
저 아이 때문에라도 나는 잘 치료받고 재발 없이 잘 살아야 하니까.
<유방 복원술>
확장기와 보형물을 이용한 유방재건술 +유두 유륜
총 1천만 원 정도 예상
수술시간은 2시간이 못되나, 확장기를 하고 있는 동안 물을 채우러 매주 내원해야 하고 총 4번의 과정을 거쳐 마무리됨.
보형물은 영구하지 않아 사는 동안 바꿔줘야 함.
자가조직(등)을 이용한 유방재건술+유두 유륜
총 7-800만 원 정도 예상
수술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유두 유륜까지 두 번, 가슴 모양 다듬는 작업까지 하게 되면 세 번.
(다듬는 작업은 보험대상이 아니라고 함)
일단 수술 일정이 급해서 보형물을 삽입했다가 자가조직으로 재건하는 경우, 후자는 비보험임.
단 유방암 치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추가 수술의 필요성이 입증되면 보험적용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