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지 Aug 02. 2020

다시 한 살이다.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내 과거를 잊지 않고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페이스북이, 2년 전 오늘을 내게 알려줬다.

2년 전 오늘.
나는 만 서른다섯 살 생일을 딱 열흘 앞두고 암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 우리 집 아이는 만 세 살이었고, 일흔을 넘기신 아빠는 서울 어느 대형병원 관찰실에 계셨더랬다. 주로 임종을 앞두고 있거나 요양병원으로의 전원을 결정하는 방, 그 방에서 우리는 아빠를 포기할 것을 종용당했었다. 의료사고로 그리 되신 터라 의료진을 믿을 수 없었고 또 안 믿을 수도 없었다.

아빠를 포기할 수 없어서 인격이라는 게 없는 것 같은 레지던트 인턴들의 막말을 견디며 밤마다 아빠 병실에 가서 간호를 했던, 한편으로는 의료소송을 준비하고 낮에는 내가 갈 암병원을 알아보고 예약했던, 그랬던 시절이었다.


이듬해 봄에 아빠가 먼 길을 떠나셨다.
그리고 또 한 해가 돌아 새해를 맞아서야 내 항암치료도 끝이 났다.




오늘은 표준치료를 마치고 처음 맞이하는 생일이다.


할아버지 빈소에서 사방팔방 뛰어다녔던 우리 집 어린이도 이제는 부쩍 자라서 제법 언니 티가 난다.

엄마의 생일이라고 한껏 들뜬 아이와 외출을 했다.
백화점에 나와 생일선물을 사고,  좋은 카페에서 작고 예쁜 타르트를 주문했다.

손바닥만한 작고 예쁜 케이크라고 아이 앞에서 우겼다.

사실 나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자고로 생일 케이크라 하면 초가 있어야 하기에 매장에서 생일 초 하나 받았다.

혹시  하나가 있느냐 물었더니 정말  하나를 주셨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생일 (엄마 생일 말고) ...

 이런 노래를 불러주는 아이와 작은 타르트 하나를 놓고 앉아있다가, 어떤 의미에선가는 이제부터  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서른여덟.
엄마 나이 여섯.
그리고, 다시 한 .





매거진의 이전글 함께라서 좋은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