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2주 전에 해 놓은 정기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다.
지난주 있었던 직장 종합검진 초음파 검사에서 수술한 쪽 가슴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유방촬영본이 없어 비교가 어렵다는 말을 들은 데다, 간에 조금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소견이 있어서 일주일 내내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다. 요즘 들어 다른 쪽이 멍든 듯 아픈데 혹시 문제가 생긴 건 아닌가, 뭐 이런 고민들 말이다.
사실 지나고 보면 정기검사 즈음 나 같은 환우 모두가 겪는 일인데, 막상 그 시기에 닥치면 의연하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 19가 재확산세를 보여서 오늘은 무조건 어떻게든 아이를 어린이집에 떼놓고 와야만 했다.
코로나도 깨비가 어마 무시하게 커져서 병원 앞을 지키고 있다고. 오늘은 엄마를 따라서 병원에 가도 따라 들어가지 못하고 차 쌩쌩 부는 길에 혼자 서서 엄마 기다려야 한다고.
이런 협박은 하면 안 되는 건데, 알면서도 방법이 없었다.
그러니 안전하게 어린이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걸로 하자고.
사실 따라와도 별 도움은 안되지만, 그래도 딴에는 자기가 엄마 보호자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우리 집 어린이는 오늘도 혼자 병원에 가는 엄마가 불안하다.
"엄마 병원에 가서 치료 잘 받고 빨리 와. 나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첫 진료는 종양내과였다. 진료대기실에 앉아, 병원 일정이 빨리 끝나면 어디라도 혼자 가서 좀 놀다 갈까 아이에게 바로 갈까 갈팡질팡 기분 좋은 상상을 했다.
진료실에 들어가 인사를 하니, 지난번에 우리 집 어린이에게 옆구리 찔린 교수님이 아이의 안부를 물어보신다.
"아이는 잘 크고 있지요?"
고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오늘은 반협박을 해서 떼놓고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년 10개월이네요. 검사 결과 통과입니다."
종양내과에서도 그다음 유방외과에서도 모두 정기검사 결과가 좋다고 했다.
시험에 합격한 것도 아닌데, 이게 뭐라도 그렇게 듣기 좋던지.
검진센터에서 들은 말들이 있어서 차근차근 여쭤보고 또 차근차근 설명을 들으니 그제야 마음이라는 게 놓였다.
내년에 있을 다음 검진에서는 본스 캔(전신 뼈 영상)과 ct가 있다고 하여 이것저것 일정을 조율하고 나니 아이를 하원 하러 가기 딱 좋은 시간이다.
다리에 힘이 풀려 병원 바닥에 주저앉아 울었던 때가 있었다.
아이의 친구들이 대머리 아줌마라도 놀리면 애써 장난스럽게 웃어넘겼던 때도 있었다.
항암 탈모 이후 머리가 정말 애매한 곱슬머리로 자라서 늘 고무줄로 질끈 묶고 지냈는데, 하필 오늘은 아이가 내 머리 고무줄을 인형 허리춤에 다 묶어버려서 내 머리를 묶을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비니를 전부 빨아버려서 그냥 민머리로 돌아다녔던 그때처럼 외출을 했다가, 애매하다 타박했던 보기 흉한 곱슬머리가 제법 컬이 예쁘게 잡혔다는 걸 알았다.
들어는 보았나. 항암 곱슬이라고.
다음 검사를 안내하는 종이가 글자로 빼곡한데도, 그래도 좋다고 실실 웃으며 집으로 간다.
어쨌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