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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13. 2019

철부지 철드는 중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그때 자기가 차라리 암이나 걸린 거면 좋겠다고 페북에 썼을 때 나 정말 화났었어.”

길고 긴 통화 끝에 들은 말이었다.
내가 페이스북에 그런 말을 끼적였다는 것도 잊고 있었는데, 아이가 많이 아픈 그 언니 가슴엔 날카로운 칼 같았나 보다.
미안했다. 그리고 내가 너무나 한심했다.
이 철없는 인간아. 이 경솔한 인간아.
입방정 떨더니 결국 암에 걸렸구나....

“그러니 당신도 그 대안학교 한 번 생각해봐. 아이가 가진 힘을 키워주고 자기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할만한 힘을 가진 아이로 자라게 돕는 게 내가 할 몫 같아. 이게 요즘 암환자가 되고 수술 준비하며 드는 생각이야. 내가 언제 몇 번 재발을 할지 알 수가 없는데, 우리 아이가 장래를 정했을 때 뒤에 엄마가 없을 수 도 있는 거잖아.. 확률상...”

딸아이는 내년 3월이면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더 큰 어린이집으로 가거나 유치원을 가야 한다. 그다음은 초등학교.
이 병에 대해 알면 알수록, 혹시 내가 일찍 잘못되면 남겨질 딸아이 걱정도 같이 커졌다.
저 아이를 위해 내가 해 줘야 할 것이 무엇일까 몇 날을 고민했다.
부자 엄마. 행복한 엄마. 포근한 엄마.
학교는.. 진로는.. 결혼은..
무엇보다 어떻게든 건강하게 혹여 재발하더라도 끝내 이겨내는 엄마가 되고 싶어 졌다.
하지만 혹시 모를 그 날을 늘 대비하며 살아야겠지.

내 딸이 자신의 꿈을 찾고 이루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예쁘고 똑똑하고 우아한 엄마가 꿈이었던 이 철부지가 이제야 사람이 되고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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