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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Mar 14. 2019

한쪽 가슴으로 사랑하기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그렇지만 의사인 친구들이 참 고마웠던 적도 많다. 아직 누군가를 책임지고 치료할 만큼 유능한 의사들은 아니지만, 나의 의사 친구들은 치료기간 내내 나에게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사실 “어떻게 진단받았어요?”, “수술은 어떻게 한대요?”, “치료만 하면 괜찮아지는 거겠죠?” 글의 질문을 수백 번씩 듣지 않아도 된 것만 해도 다행 이었다. 의사인 친구들은 아무도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으니까.
20-30대의 암환자들끼리 만나는 자조 모임이 있는데,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질문에 속상해하고 가슴 아파한다. 젊어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내 입으로 어디가 어떻데 아프고, 그래서 앞으로 얼마 정도 살 수 있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참 가슴이 아픈 일임에 틀림없다. “다 잘 될 거야.”, “이제 별일이야 있겠어.”라는 위로는 젊은 암환자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그런 말을 들으면 허무해지기까지 한다. 젊은 나이에 ‘별일’로 암이 생긴 젊은 환자들은 그런 말을 주고받는 것이 너무도 싫다. 내 의사 친구들은 그저 말없이 내 어깨를 두드려준다. 내가 불안해하면 불안한 마음을, 속상해하면 속상한 마음을 그저 말없이 들어준다. 그런 내 친구들이, 그런 내 선배들이 난 너무 고맙다.



한쪽 가슴으로 사랑하기 -박경희 이수현 지음 / 청년의사
182-183페이지 중 일부

걱정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본다는 것은 알지만, 그걸 구구절절 상세하게 주변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일이 너무도 힘들었다.
친정부모님, 시부모님, 교회 권사님들..
아직 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검사해서 수술 방법이 나와야 하는데, 내가 암이라는 것 말고는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데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건지.

먼저 이 병을 앓은 동네 언니에게서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읽고 또 읽었다.
의료진이 겪은 투병기라 읽으며 병을 이해하기가 쉬웠다. 책 곳곳을 접어 놓고 참고할 정보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내가 미처 글로 풀어쓰지 못한 감정을 내 감정처럼 써주어 어찌나 울컥하던지.

이 좋은 책이 왜 절판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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