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병원쇼핑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3차 병원이 있고, 그 병원에서 친정아버지 암수술을 여러 번 지켜봤기에 당연히 나도 그곳에서 수술도 회복도 관찰도 다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협진 과정에서 그 병원에 대한 신뢰를 잃은 나는 분노의 예약질을 했더랬다.
‘어차피 이렇게 미뤄지는 거 다른 곳도 가보자.’
그때 예약한 또 다른 3차 병원의 첫 진료가 있었다.
내게 익숙한 병원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고 정신 사나운 곳이었다. 세련됨이라고는 개미 눈곱만큼도 없는 곳. 나보고 직접 해 오라는 게 뭐 그렇게 많은지 기분도 좀 나빴다.
하지만 초음파를 세세하게 잘 봐줘서 좋았고, 담당 교수가 촉진을 꼼꼼하게 하고 수술 방법을 두고 여러 번 고심하는 모습, 방법과 이유를 내가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주는 것들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부분절제를 시도할 수 있다는 말을 들어서겠지만.
아니, 내 상황이 어떠하기에 전절제를 하자고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부분절제를 시도할만한지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줘서지만.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의지가 생겼다.
사실 전절제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말을 듣고 몸 관리는 저 멀리 날려버렸더랬다.
안 먹던 탄산을 매일 마셨고, 커피는 평소보다 더 많이 마셨으며 밀가루 음식도 많이 먹었다. 매일 하던 운동도 손 놓은 지 오래다.
다시 정신줄을 잡아야겠다.
그러니 병원쇼핑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닌 것 같다.
어디나 비슷한 유방암이라지만 어디나 누구나 다 똑같지는 않으니까.
나는 도마 위에 올린 생선이 아니니까.
내가 알고 이해하고 납득하고 관리해야 하는 내 병이니까.
어감이 별로일 뿐이지.
병원 말고 진짜 쇼핑하러 가고 싶네.
2018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