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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지 Sep 03. 2020

산타할아버지의 안식년

독박육아 도치맘 에세이

“이번 태풍이 지나가면 가을이 오려나?”
입추가 지났다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러다 가을이 오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


아빠와 엄마의 대화를 듣던 아이가 끼어들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산타할아버지도 오고. 선물도 받겠지? 히히히”
여름 다음에 가을 그다음에 겨울,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에 오는 거라고 그렇게 알려줬는데도 아이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어쨌든 여름이 지나고 지나면 산타 할부지 짜잔~”이라며 벌써부터 선물들을 눈여겨보고 난리도 아니다.
받고 싶은 선물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다가, 우리 집에는 굴뚝이 없는데 할아버지가 어떻게 들어올지 걱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모습을 가만 보던 남편이 말했다.
“근데 재희야. 올해는 산타할아버지 못 오실 거야.”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인가.
산타가 왜 못 와?

느닷없는 소리에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왜 못 오느냐며 따지는 아이에게 남편이 말을 이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산타할아버지가 국경을 넘을 수 없거든. 넘는 족족 격리를 당해야 해서 할아버지 올해는 선물 주러 못 오셔.”

핀란드 로바니에미 사는 산타할아버지가 하늘을 날아 여기까지 올 리가 없지만, 아직은 그렇다고 믿는 아이에게 뭐 이런 사기를 치는 아비라니. 나 참..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근데 또 이게 듣다 보니 묘하게 납득이 된다.
마치 지는 해를 보며 “해님이 자러 집으로 간다” 던 아이에게, 그게 아니고 반대편으로 투잡 뛰러 간다고 했을 때 어이없어하면서도 납득이 갔던 것처럼 말이다.


내심 궁금해졌다. 과연 올 연말의 풍경은 어떠할까.
빌 게이츠는 코로나 19가 내년 연말 즈음에나 잡힐 거라 했다던데, 어차피 실제로는 국경 밖으로 나가지 않는 분들이시지만 관광객도 줄어서 핀란드에 계신 산타할아버지들도 차분한 안식을 취하고 계시려나 궁금하다.

그곳의 사정은 모르겠다만, 우리 집 산타할아버지는 코로나 19를 맞이해 안식년을 선포하실 듯하다.


나 참.. 살다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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