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 도치맘 에세이
“이번 태풍이 지나가면 가을이 오려나?”
입추가 지났다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이러다 가을이 오겠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
아빠와 엄마의 대화를 듣던 아이가 끼어들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산타할아버지도 오고. 선물도 받겠지? 히히히”
여름 다음에 가을 그다음에 겨울, 그중에서도 크리스마스에 오는 거라고 그렇게 알려줬는데도 아이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어쨌든 여름이 지나고 지나면 산타 할부지 짜잔~”이라며 벌써부터 선물들을 눈여겨보고 난리도 아니다.
받고 싶은 선물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다가, 우리 집에는 굴뚝이 없는데 할아버지가 어떻게 들어올지 걱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모습을 가만 보던 남편이 말했다.
“근데 재희야. 올해는 산타할아버지 못 오실 거야.”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인가.
산타가 왜 못 와?
느닷없는 소리에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왜 못 오느냐며 따지는 아이에게 남편이 말을 이었다.
“코로나 19 때문에 산타할아버지가 국경을 넘을 수 없거든. 넘는 족족 격리를 당해야 해서 할아버지 올해는 선물 주러 못 오셔.”
핀란드 로바니에미 사는 산타할아버지가 하늘을 날아 여기까지 올 리가 없지만, 아직은 그렇다고 믿는 아이에게 뭐 이런 사기를 치는 아비라니. 나 참..
근데 또 이게 듣다 보니 묘하게 납득이 된다.
마치 지는 해를 보며 “해님이 자러 집으로 간다” 던 아이에게, 그게 아니고 반대편으로 투잡 뛰러 간다고 했을 때 어이없어하면서도 납득이 갔던 것처럼 말이다.
내심 궁금해졌다. 과연 올 연말의 풍경은 어떠할까.
빌 게이츠는 코로나 19가 내년 연말 즈음에나 잡힐 거라 했다던데, 어차피 실제로는 국경 밖으로 나가지 않는 분들이시지만 관광객도 줄어서 핀란드에 계신 산타할아버지들도 차분한 안식을 취하고 계시려나 궁금하다.
그곳의 사정은 모르겠다만, 우리 집 산타할아버지는 코로나 19를 맞이해 안식년을 선포하실 듯하다.
나 참.. 살다 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