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지 Mar 14. 2019

쿠크다스 멘탈

아기 엄마의 투병일기

다른 집 아저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신랑은 병원과 이 병에 대해 알아보지 않았다. 처음엔 이 인간이 방관하고 있는 건가 싶었는데, 내가 하겠다는 대로 따르는 그를 유심히 보니 알 수 있었다.  

이 인간.. 너 지금 무섭구나.

병원에 입원해 들어앉아 있으니, 온갖 남의 집 남자들이 눈에 들아온다. 나 같은 유방암 환자의 남편들 말이다.
어제와 오늘의 말이 다르고, 과한 오버액션을 왕왕 보이는, 혹은 아예 병원은 나 몰라라 당신의 삶을 사는 보호자들.
사람도 사연도 제각각이지만, 듣다 보니 공통점이 하나 있다.

“에라이 쿠크다스 멘탈들”

수술 후, 방사선 치료에 대비한 골밀도 검사를 받고 병실로 칠렐레 팔렐레 돌아오는 길, 전화 한 통이 들어왔다.
본스캔 찍어야 하니까 동관 핵의학 어쩌구로 오라고. 지금 어디냐고.
지금 바로 그 앞인데요...

0기인 줄 알았을 땐 할 필요 없었던 검사들을 퇴원 전에 다 시키겠지 예상하고 있었으면서도 덜컥 겁이 났다.
기다리면서 접수하면서 주사 맞으면서, 혹시 병리과 결과 나왔냐고 항암 해야 해서 이거 해야 하는 거냐고 수차례 묻고 물었다.

낮에 치료방법에 대한 교육 들으며 대략 내 상황이 어떠한지 감 잡았으면서도 이모양이다.
쿠크다스 멘탈은.. 그러니까 내 이야기였던 거다.


쿠크다스 남편들에 이어.


유방암은 치료가 쉬운 암이라는 말을 수술받으러 들어온 부인에게 해서 화를 입으신 분들에게.
부인이 앓는 그 유방암은, 5년 완치가 큰 의미 없는 병입니다. 재발률이 높고 전이도 쉽습니다. 특히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뼈 폐 간 뇌에 잘 옮겨 붙는다 하더군요. 살아있는 동안 몇 번의 재발 전이 등을 겪을지 모르는 아주 지랄 맞은 암이라는 말이죠.
세상에 다행인 암은 없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술 전후, 별다를 것 없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